'미래세대' 강조한 기후 세미나에 왜 청년 없나?

2025-09-26     정도영 기자

기후위기 대응과 이를 위한 사회전환 논의 과정에 미래세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년들이 단순한 정책수혜자가 아니라 사회적 전환의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실제 청년 세대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공론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미래세대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 본지DB)/뉴스펭귄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후위기 대응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미래세대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다만 당사자인 청년·청소년이 발제나 토론에 참석하지 않아서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후위기와 사회적 전환: 중장기적, 미래세대적 관점에서 본 구조적 영향과 미래 시나리오' 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사단법인 미래학회가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청년과 미래세대가 정책 전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세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목표 설정, 정책 효과 및 평가 등 모든 단계에서 미래세대의 권리에 대한 고려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효정 단국대 교수는 "미래세대가 단순한 정책수혜자가 아닌 사회적 전환의 능동적 주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참여 방안으로는 해커톤, 사변적 디자인, 청소년 정책단 등 다양한 모델이 제시됐다.

정효정 교수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HUSS 인사이트 해커톤 사례를 통해 청년들의 역량 향상을 입증했다. 학생들이 협업과 탐구를 통해 문제해결 역량, 미래 전망 능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해커톤이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청년세대의 관심을 실천적 역량과 태도로 전환시키는 장이 되었음을 입증한다. "라고 평가했다.

신현재 연세대 교수는 '사변적 디자인(Speculative Design)' 개념을 소개하며 새로운 참여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사변적 디자인은 미래에 생길지도 모를 상황을 상상하고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함께 생각해 보게 만드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하며 "미래세대가 기후위기를 추상적 개념이 아닌 자신의 삶과 직결된 구체적 문제로 인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황세영 위원은 미래세대 권리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미 지역 단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아동·청년의 목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마련되었지만, 실제로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 위원이 발표에서 언급한 청소년 기후변화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대한 전망'은 5점 만점에 2.78점에 그쳤으며,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부정적 전망이 우세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초등학생 3.01점, 중학생 2.75점, 고등학생 2.64점). 이는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해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2022년 충청남도의 '청소년 탄소중립 정책단' 사례를 긍정적 모델로 제시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미래 사회의 비전을 도출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담아 스스로 참여하고 싶은 정책을 제안할 수 있었다"며 "청소년들의 역할이 단순한 환경 보호 실천을 넘어 사회 변혁의 주체로서 충분히 역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미래세대 토론회에 청년은 없었다..."청년 대상 교육 준비 중"

이날 토론 내내 미래세대 참여가 거듭 강조됐지만 토론과 발제에 청년이나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다만 학회 측은 청소년 관련 통계자료 등을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미래학회 사무총장은 "이번 세미나에 청년이 발제자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청소년의 기후 관련 인식 통계자료를 반영하는 식으로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미래세대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미래세대 참여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청년 당사자들은 현실적 한계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는 해당 세미나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일반론적 관점이라는 전제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정책 결정에 청년 의견 반영이 잘 안 되고 있는 게 맞다"며 “어느 청년에게 물어봐도 비슷하게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미래세대 참여 여건이 조금 더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는 이번 NDC 공개 토론에 참여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달할 수 있는 공론장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청년 한두 명이 정책 결정 과정에 있었다고 ‘청년 의사를 반영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형식적 참여의 한계를 밝혔다. 특히 "청년 개개인은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어느 한명이 청년 세대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목소리들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입법박람회에서 청년기후의회 부스를 운영한 곽병국 활동가는 '미래세대 참여' 논의가 단순히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곽 활동가는 "기후위기를 '미래 문제'라고 하지만 사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미래 문제라고 하니까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입법박람회는 국민과 국회, 정부,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가 입법 및 정책에 관해 논의하는 행사다. 23~24일 이틀간 국회 의원회관과 국회의사당 등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