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로 연 500만 명 사망하는데…한국 재생에너지 정책 '가성비 0.07'

정부 재생에너지 지원책 실효성 '의문'

2025-09-19     정도영 기자

화석연료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최대 500만 명을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이 탄소감축에 실패하면 폭염일수가 9배까지 늘어난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의 예산 대비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 전환 정책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화석연료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류 위협

글로벌 기후·보건 연합(GCHA)이 17일 보고서 '요람에서 무덤까지(Cradle to Grave)'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는 채굴·정제·운송·연소·폐기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해 매년 최대 5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채굴 단계에서는 벤젠·중금속·방사성 물질이 방출되고, 연소 과정에서는 초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나온다. 이런 오염물질이 호흡기·심혈관·신경 질환과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9년 기준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 사망자만 510만 명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18일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유지할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최대 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폭염일수는 현재 연평균 8.8일에서 최대 79.5일로 늘어날 전망이다. 

투입 세금은 880억 원,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13억 원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려는 ‘무탄소에너지(재생e) 구매비용 세액공제’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제도는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면서 발생하는 일반전력 대비 초과 비용의 3%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감면을 요청했고, 지난 3월 기획재정부가 ‘2025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서 올해 예비타당성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시행될 경우 2025~2027년 기업에 연 평균 880억 원의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7일 공개한 ‘2025 조세특례 예비타당성 무탄소에너지(재생e) 구매비용 세액공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온실가스 감축 편익은 13억원에 그친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07에 불과한 셈이다.

연구를 맡은 최준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환경문제가 심각하지만, 이 방법(세액공제)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라는 문제의식은 맞지만, 적절한 해결방안이 아니”라며 "같은 비용이면 다른 방안을 쓰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세액공제로 인한 재생에너지 가격 인하율은 전체 단가의 0.3%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소비 증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발전공기업, 재생에너지 할당량 돈으로 메워”

재생에너지 제도의 허점은 공기업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 5개사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할당량(RPS)의 평균 80%를 자체 발전이 아닌 외부 구매로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이들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총액만 8조1753억원에 달한다. 자체 조달 비율은 2022년 20%, 2023년 17%, 2024년 21%에 머물러 있다. 이 내용은 경향신문 등 매체를 통해서도 보도됐다.

환경단체 플랜1.5 정책활동가는 "발전사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만드는 게 RPS 제도의 본 취지"라며 "발전사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거의 안 하고 시장에서 사니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아지고,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 발전비용을 낮출 필요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목표는 멋지지만 구체적 정책수단 없어"

최준욱 연구위원은 "인구밀도가 높다는 점이 재생에너지 발전에는 걸림돌"이라며 “한국이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뛰어난 정유기술로 산유국이 아님에도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석유는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니 가능한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는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수소 등 저장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지만, 비용이 너무 높아 아직은 지향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준욱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현실성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책 수단이다. "탄소감축 목표와 가야할 방향은 동의한다"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정책목표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 확대, 절차 간소화, 정보 제공 등 대체적 정책수단 중 뭐가 적절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조세·재정적 제도가 얼마나 정책 효과를 이끌 수 있을지 파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