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온실가스 서울 2배? "무상버스, 교통 탄소중립 열쇠"
전국 15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전면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이 정책이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실천 측면에서도 매우 훌륭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비수도권의 교통 부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서울의 2배에 달하는 만큼, 대중교통 지원을 늘려 승용차 의존을 줄이고 지역 배출량도 함께 줄이자'는 취지다.
녹색전환연구소가 18일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작은 도시의 교통 혁명, 전면 무상버스’ 보고서를 공개했다.
무상버스는 지자체가 주민에게 시내버스 요금을 면제해 주는 교통복지 정책이다. 청소년·어르신 등 교통약자나 전 주민을 대상으로 교통비 부담을 줄여 이동권을 보장하는 취지다. 여기에 탄소배출량을 낮춘다는 장점도 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 정책은 해외에서 먼저 시도됐다. 북유럽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도 단위 전면 무상교통을 도입했고, 2020년 룩셈부르크는 국가 차원에서 무상교통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무상버스가 이미 도입된 지역이 있다. 연구소가 확인한 결과, 올해 7월 기준 경북 청송·봉화 등 15개 지자체에서 전면 무상버스를 운영 중이다. 이들 지역은 인구 10만 명 이하면서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이다.
“지역 1인당 교통 배출량 서울의 2배…보완 필요”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대중교통비 100% 환급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과 광역시에 더 유리하다. 농촌이나 중소도시의 경우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환급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
연구소는 “이들 지역에서는 무상버스가 실질적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교통비 환급과 무상버스 정책을 병행해야 전국적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무상버스는 기후정의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청소년·어르신·저소득층이 이동권 제약을 받는 것은 승용차 중심 교통체계 구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상당하다는 문제의식이다.
한국 교통 부문 탄소배출량은 2022년 기준 약 9,58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약 14%를 차지한다. 주로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 때문이며, ‘도로’ 부문이 교통 부문 배출량의 대부분(96.5%)을 차지한다. 또 지자체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는 산업 부문이 제외되기 때문에 교통 부문은 건물 부문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출원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승용차 사용 비율이 높다. 실제로 비수도권의 교통 부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2.4톤으로 서울(1.2톤)의 2배다. 버스 관련 지원을 늘리면 승용차 의존 억제를 통해 지역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근거다.
재정 부담 우려 되는데...정책 확대 정말 가능?
연구소는 전면 무상버스 정책이 재정 부담 우려 없이 지속가능한 범위에서 운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면 무상버스를 시행한 15개 지역이 투입한 평균 비용은 7억 3,000만 원으로. 1인당 1만 4,868원 수준이다. 이는 기초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정자주도 대비 0.2% 수준이다.
연구소는 “가장 많은 전면 무상버스를 도입한 경북 지역은 재정자주도 대비 도입 비용이 전국 평균보다 조금 낮아,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재정자주도가 높고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무상버스를 도입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한 지역에서 실시되는 것보다는 광역 단위로 연결될 수 있는 시외버스 무상버스가 도입될 경우 그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광역도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폭넓게 시행되는 제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책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소는 “전기자동차 확대만으로는 교통부문 탄소중립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녹색교통운동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플랜1.5 등 3개 기관도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450만 대 무공해차 보급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작년까지 누적 보급은 75만 대에 그쳤다. 또 2022년 교통 부문 배출량은 2018년(약 9,620만 톤) 대비 0.4% 줄어든 9,580만 톤에 불과했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GTX에는 국비 1조 5,000억 원이 투입되는 반면, 비수도권 교통 인프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지원사업과 무상버스를 연계해 전국 교통복지와 기후정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부 역할이 필수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