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생에너지 직접 사용 없는데...‘비싼 RE100’ 제주우유
녹색프리미엄 통해 RE100 인증 우유 생산 ‘인증’은 받았지만...재생에너지 직접 사용은 없어
제주도가 "RE100 인증 우유를 전국 처음으로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두 녹색프리미엄 요금제로 사들였을 뿐,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한 건 아니어서 에너지 전환이라고 평가하기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는 "에너지 전환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는 자가 발전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우유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20~30%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달 3일 "제주우유가 전국 첫 RE100 인증 우유를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RE100 달걀을 생산한 데 이어 축산분야로 확대한 것이다. 도에 따르면, 이번에 제주우유가 생산한 RE100 우유는 생산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에 재생에너지를 적용한 국내 첫 사례다. 제주우유는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계약과 재생에너지 사용기업 등록 등을 거쳐 지난 8월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제주도는 국내 유일 RE100 우유 생산 자격을 획득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를 실제로 농장이나 공장에서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한국형 RE100(K-RE100) 인증 방법은 자가발전, PPA, REC, 녹색프리미엄 4가지로 요약된다.
"비용 지불 방식, 긍정적인 면 있으나 높은 평가 어려워"
자체적으로 태양에너지나 풍력에너지와 같은 재생에너지 자가 발전 설비를 설치해 직접 전력을 소비하는 방식,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전력을 구매하는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력 1MWh당 발급되는 증서인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구매, 기업이나 기관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한국전력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프리미엄이다.
제주우유의 RE100 우유는 그중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해 생산한 우유다.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기존 전기요금 외에 별도의 프리미엄 요금을 납부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제출하고 확인서를 발급받은 방식이다.
이러한 녹색 프리미엄은 한국형 RE100에서 가장 간단하게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방식이지만 국제적 신뢰도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되며 장기적으로는 PPA나 자가 발전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많다. 별도의 장치 설치나 발전사와의 계약이 필요 없어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에 직접적인 기여가 적어 글로벌 RE100 평가에서도 보조적 수단 정도로만 취급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최동진 소장은 “다른 대기업들도 똑같이 비용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만큼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해서 한국형 RE100을 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돈을 주고 산 것 말고는 특별히 한 게 없는데 대대적으로 재생에너지 100%라고 홍보하는 건 그린워싱으로 비판 받을 수도 있다”며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 가장 좋겠지만 비용만 지불하고 에너지 전환에 편승하는 건 높이 평가하기 힘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실질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등 다른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 "에너지전환 시작 개념...궁극적으로는 자가발전 나아갈 것"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서 제주도 농축산식품국 친환경축산정책과 관계자는 “농가에서 태양광 시설을 이용한 RE100 계란 생산을 시도해 왔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녹색프리미엄 요금제를 먼저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는 제주도에 풍력발전기가 있고 남는 에너지를 열교환장치에 저장해 교환하는 방식을 생각했는데, 그건 K-RE100 인증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녹색프리미엄 인증제를 하게 됐다”며 “녹색프리미엄 요금제는 에너지 전환의 시작 개념으로 내년에는 RE100 우유 업체도 자가 발전 시설 공사를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자가 발전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자가 발전이 가능한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축산업의 에너지 대전환이라고 하지만, 결국 프리미엄 전기를 사서 사용하는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제주도 내에서 판매 중인 RE100 제품은 달걀은 10개에 9000원 안팎, 우유는 기존 제품보다 20~30%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달걀이 10개에 9000원이면 30알 1판 기준으로 2만 7000원이 넘는데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평균 가격인 7000~8000원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제주 축산정책팀은 가격이 더 비싼 이유는 한전 재생에너지 전기 구매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생산원가가 비싸진 만큼 소비자에게 부담 가는 구조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생산원가가 높아지면 제품 가격도 당연히 비싸진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비용을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구조는 맞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민간 차원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RE100을 해나가는 부분을 소비자들도 감안해주셔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우유는 축산업을 통해서 나오는 탄소배출이나 매탄 가스를 줄이기 위해 저메탄 사료 급여를 비롯해 기존의 홀스타인 젖소를 저지종 품종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홀스타인 품종은 덩치가 크고 사료 먹는 양이 많아서 메탄 발생량이 많은 반면, 저지종은 체형이 더 작아 메탄을 적게 배출하는 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주우유 목장 두 군데에서 저지종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RE100 축산사업장 66곳 확대를 예고했다. 친환경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탄소중립이 산업 필수 경쟁력이 되는 상황에서 제주가 축산업 에너지 전환의 선도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지금과 같은 녹색프리미엄 요금제 구입과 같은 방식만 이어간다면 무늬만 에너지 대전환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