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 몰라 나 지금 바빠" 기후위기 외면하는 억만장자들
[르포르테르 Emmanuel Clévenot] “어릴 때 작은 나무 울타리를 훌쩍 넘어 지름길 삼곤 했죠.
” 손끝으로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풍경을 그려내는 이는 파트리크 뒤 포 드 라모트다. 일곱 번째 인생의 10년기를 앞둔 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스티브 잡스의 요트 설계자로도 유명한 필리프 스타르크의 저택 앞에 멈춰 섰다.
“이제는 이런 새로운 ‘대서양 장벽’이 생겼습니다.” 그는 탄식한다. “2미터 높이의 울타리에 가려진 별장들이 지평선을 막아버려 바다조차 보이지 않게 됐죠.”
아르카숑 만을 감싸는 레주-카프페레 반도는 굴 오두막으로 유명한 작은 낙원의 일부다. 그러나 프랑스의 거대한 자본가들이 이곳을 초고가 부동산의 요새로 바꿔놓았다. 가수 파스칼 오비스포,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 저널리스트 로랑 들라루스가 이곳에 투자했으며, 그 전에는 조니 알리데이도 있었다. 최근에는 억만장자 자비에 니엘이 지난 3월, 해안 침식으로 반세기 가까이 방치된 낡은 호텔을 인수하기 위해 300만 유로짜리 수표를 썼다.
이곳에는 토지 개발 열풍의 모순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미 6년 전, 과학자 컨소시엄은 연구를 통해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 상승이 최대 2.4미터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이전 추정치보다 두 배 높은 수치로, 빙하의 급속한 해빙을 근거로 했다.
모래톱 위에 형성된 이 지롱드 반도가 예외일 수는 없다. 프랑스 지질광물조사국(BRGM)의 지도에 따르면, 이러한 해수면 상승은 레주-카프페레를 극도로 침수에 취약한 지역으로 만들 것이다. 심지어 2100년까지 50센티미터 상승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상당수의 토지가 침수 위험에 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건의 건축 허가가 반도에서 끊임없이 발급되고 있다. 파트너 매체 ‘메모와르 비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70건이 승인됐다. 오랑제르 거리의 자물쇠 채워진 대문에는 풀하우스가 딸린 목조 별장이 들어선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현재는 폐허만 남아 있는 터다. 인근에는 포르셰 두 대와 메하리풍 컨버터블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시플뢰르 거리에서는 이미 새로 파낸 수영장의 모터가 윙윙거린다. 정작 수영장을 둘러쌀 집은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뿐이다.
도시계획 문서상 주소지는 런던의 부촌이나 파리 7구 에펠탑 인근 고급 아파트 단지로 연결되기 일쑤다. “해안선 후퇴? 그런 거 신경 쓸 시간 없어요, 점심 먹어야 해서요.” 한 주민은 인터폰 너머로 짧게 잘라 말했다. 현장에서 증축 공사를 하던 노동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지역 환경단체 ‘코데피(Codeppi)’ 사무총장인 파트리크는 “예전엔 카프페레에 표범도마뱀과 해마가 가득했는데, 이제는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편한 소나무 바늘 때문에 소나무는 잘려나가고, 모래 대신 잔디가 깔리며, 발밑에 모래를 느낄 수 없게 됐습니다.” 그의 눈에는 이 지역이 “디즈니랜드화되어 풍자 같은 모습”이 됐다. “살아가는 반도가 아니라 팔아먹는 반도로 변했죠.”
‘60미터 제한’과 갈등의 시작
이제 마음껏 콘크리트를 붓던 특권도 흔들리고 있다. 지롱드주 청사는 7월 초, 레주-카프페레의 차기 해안위험예방계획(PPRL)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PPRL은 앞으로 100년간 해양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을 지도에 표시하는 문서다. 붉은 구역으로 분류된 곳은 원칙적으로 신규 건축이 금지된다. 이는 부동산 가치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부동산을 생업으로 삼는 지방 정치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이곳 레주-카프페레에서는 6년째 PPRL 개정이 지체되고 있다.
2001년판 PPRL은 대서양 해안과 반도 남쪽 끝만을 규제했다. 그러나 곧 아르카숑 만을 향한 해안선 따라 60미터 폭의 토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반도의 가장 도시화된 구역이다.
시장 vs 전문가, ‘60미터 논란’
7월 초, 새 구역안이 공개되자 시장 필리프 르 아리벨 드 곤느빌(우파 무소속)은 프레페튀르가 의뢰한 크레오세앙 연구소의 결과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가 기관이 시간과 돈이 부족해 ‘어림짐작’으로 60미터를 정했다는 겁니다. 그건 과학이라고 할 수 없죠.” 그는 “지난 50년간 해안선 후퇴는 단 한 센티미터도 관찰되지 않았다”며 “파리 상아탑에 사는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훈계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크레오세앙 지역 책임자 티보 슈바르츠는 “우리 연구는 5년 전부터 시작됐고 최대한 과학적 방법론을 따랐다”고 반박했다. 공공기관 세레마(Cerema)의 지침에 따라 과거 사진을 통해 해안선 후퇴 속도를 측정했다는 것이다. 대서양 해안과 반도 끝에서는 뚜렷한 변화를 확인했지만, 만 쪽은 오래 전 인공 제방 덕에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100년간 이 구조물을 100% 유지하겠다고 보장할 주인은 아무도 없다”며, 결국 침수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슈바르츠는 또 “시장은 그간 모든 연구 단계를 승인했다. 수년 전부터 60미터 문제를 논의했는데, 7월 1일 공청회에서 갑자기 연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회의 막판에 2분 만에 제시된 안이라 주의 깊게 듣지 못했다”고 맞받았다.
새 연구, 그러나 결론은 같을까?
7월 1일, 시장은 새로운 연구를 요구하며 협상 결렬을 위협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분노한 토지 소유자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제스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결국 압박 속에 부지사 장-루이 아마가 추가 연구를 수용했다. 그는 일부 토지의 ‘적색 구역’ 지정이 과도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어떤 곳은 60미터 후퇴가 확인될 것이고, 다른 곳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연구는 9월 시작돼 연말 발표가 예상된다. 부지사는 “2001년판 PPRL은 이미 2019년에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6개월 늦는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카프페레 반도의 상당 부분은 100년 내 사라질 위험이 있다. 모래 위에 세워진 마을이므로, 모래언덕이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질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주민 단체와 기후 위기 인식
85세 엔지니어 장 마조디에는 주민 단체 대표로서 해수면 상승 가능성을 인정한다. 다만 그는 “침수와 해안선 후퇴를 혼동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폭풍과 만조 시 마을이 잠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곧 물이 빠져나갈 것이며 “60미터 후퇴” 주장은 잘못됐다고 본다. 그는 2010년 신시아(Xynthia) 폭풍처럼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1층 침실을 금지하고 옥상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반면 환경 단체 CEBA의 자크 스토렐리 회장은 “짧은 행복을 위해 수백만 유로를 투자하는 건 아마 이곳의 ‘자기장’ 때문일 것”이라며 냉소한다. 그는 “이곳 사람들이 외면하는 현실을 방글라데시와 다른 지역 주민들은 이미 치명적으로 겪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또 “수십 년간 기후 회의론으로 우리를 우울증 환자 취급하던 당국이 이제야 제 방향을 잡았다”며 환영했다. 실제로 그는 2023년 행정법원 소송을 통해 레주-카프페레에 산불위험예방계획(PPRIF)을 도입하도록 이끌기도 했다.
‘결국은 사라질 곳’
해변 모래 위에 맨발을 묻으며 파트리크는 멀리 1942년경 지어진 벙커들이 파도에 잠긴 풍경을 가리켰다. “이 벙커 무덤이야말로 해안 침식의 상징입니다. 카프페레는 아직 아름다운 시간이 남아 있지만, 언젠가 사라질 겁니다. 오늘 별장을 지으려 싸우는 이들이 언젠가는 국가 보상을 요구하겠지요.”
심지어 과거 회의론자들도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모나코의 알베르 왕자를 초대한 적도 있는 대저택 소유주 베누아 바르테로트는 한때 “해안선 후퇴 따위는 우스꽝스럽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그는 사재를 들여 거대한 제방을 보수하고 있다. 파트리크는 단호하다. “이제는 바다와 싸우는 게 아닙니다. 카프페레는 막다른 길입니다. 해답은 떠나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