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열대 살펴봤더니..."멸종위기 상어도 고기로 팔려"

2025-09-11     우다영 기자

미국 마트 진열대에서 보이는 ‘상어 고기’가 사실은 멸종위기종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는 평범한 수산물로 생각할 수 있지만, DNA 검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10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게재된 연구는 상어 제품의 상당수가 종 단위 정보 없이 유통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조사는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에서 해산물 원산지와 종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법을 배우는 한 강의 과제로 시작됐다. 상어고기를 대상으로 삼아 실제 시장에 어떤 고기가 유통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학생과 연구진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워싱턴DC,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조지아의 마트와 수산시장, 아시아 식품점에서 신선 상어 스테이크 19건, 온라인에서 상어 육포 11건 구매했다. 총 30개 제품 가운데 29개가 DNA 바코딩으로 종 단위까지 식별됐다. 다만 연구진은 DNA 분석에 사용된 샘플 수가 30건에 불과해 조사 지역과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있음을 밝혔다.

(사진 'Sale of critically endangered sharks in the United States' 연구자료 캡처)/뉴스펭귄

분석 결과, 단순 'shark(상어)'라는 단일 명칭 뒤에는 다양한 종이 포함돼 있었다. 총 11종이 확인된 가운데 귀상어(great hammerhead), 혹치상어(scalloped hammerhead), 청새리상어(shortfin mako), 톱상어(tope)가 포함됐다. 귀상어와 혹치상어는 머리 모양이 망치처럼 넓적한 귀상어류로, 전 세계 열대 해역에서 발견되지만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청새리상어는 빠른 속도로 잘 알려진 종으로, 어획과 스포츠 낚시로 개체가 줄었다. 톱상어는 연안에서 흔히 잡히는 중형 상어로, 어획 압력에 따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또는 심각한멸종위기로 지정돼 있으며, 조사된 제품 중 31%가 이 범주에 있다.

소비자는 멸종위기종인지 알 수 없다. 조사된 제품 93%는 'shark(상어)'라는 단일 명칭만 붙어 있었고, 종명을 표시한 두 건 가운데 한 건은 실제와 달랐다. 종명이 정확히 표시된 것은 단 한 건뿐이었다. 가격은 신선 상어 스테이크가 kg당 6.56~11.99달러(약 9100~1만6600원), 상어육포는 평균 207달러(약 28만8000원) 이상으로 기록됐다.

미국은 멸종위기종보호법(ESA)과 국제 거래를 규제하는 CITES 협약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제품 라벨에 'shark'정도의 단일 명칭을 표기할 수 있다. 가공된 상태로 유통되는 고기는 외형만으로 종을 식별하기 어려워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실제 종을 알기 어렵다. 유럽연합(EU)은 상어 제품에 학명과 어획 지역, 어구까지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상어고기는 상어 보전 문제로도 이어져 왔다. IUCN에 따르면 전 세계 약 550종의 상어 가운데 37%가 멸종위기 범주에 속한다. 현재 CITES는 74종의 상어·가오리를 국제 거래 규제 목록에 올려두고 있다. 상어는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먹이망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체내에 수은과 비소 같은 중금속을 축적하는 종이 많다. 연구진은 농도를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연구를 인용해 일부 종이 임산부와 아동 건강에 위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캐나다 달하우지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어업으로 매년 약 7600만~8000만 마리의 상어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약 2500만 마리는 멸종위기종이었다. 같은 기간 지느러미 채취 규제가 강화됐지만 사망률은 줄지 않았으며, 연안 어업에서는 오히려 증가했다. 상어와 가오리 고기 거래 규모는 2011년 약 3억8천만 달러에서 2019년 26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돼 지느러미 시장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