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 13마리 방류...그러나 바다는 여전히 위험한 덫
11일 제주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해양수산부가 치료와 인공부화를 거친 바다거북 13마리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 것. 성체 5마리와 새끼 8마리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건강을 되찾은 바다거북들이 넓은 바다로 돌아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바다는 그들에게 더 이상 안전한 고향이 아니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야생개체군 회복을 목표로 바다거북 방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올해 방류된 거북은 총 3종 13마리이다. 이 중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성체 5마리는 야생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해변에 좌초된 상태에서 구조됐다. 나머지 8마리는 모두 새끼 매부리바다거북으로 수족관에서 키우던 바다거북의 산란을 유도해 인공부화에 성공한 개체들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방류 개체에 위성 추적장치와 개체 인식표를 부착해 이동 경로와 자연 적응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바다거북은 해양생태계의 핵심종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현존하는 바다거북 7종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지정 멸종위기종이다.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등 국내에 서식하는 5종도 모두 정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이다.
바다거북을 멸종위기에 내모는 요소에는 기후위기를 비롯해 해양쓰레기 문제, 산란지 소멸 등이 있다.
부화 시점의 모래 온도가 성별을 결정하는 바다거북에게 기후위기는 특히 치명적이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암컷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평균 기온이 섭씨 29.1도만 넘어도 대부분 암컷으로 태어난다고 알려진다. 기후위기는 바다거북의 성비 불균형을 불러와 번식을 어렵게 만든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안전한 산란지가 점점 사라지는 것도 문제다. 해양수산부가 바다거북을 방류한 제주 중문해수욕장은 과거 바다거북이 알을 낳던 장소였다. 해양수산부가 바다거북의 귀소본능을 고려해 2017년 이후 매년 해당 장소에서 바다거북을 방류해 왔지만, 산란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 산란은 2007년으로 인공조명과 관광객의 발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에는 방류한 바다거북이 불과 며칠 만에 죽은 채 발견됐다. 당시 바다거북의 뱃속에서는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국립해양과학기술원이 2022년 바다거북 사체를 부검한 결과, 34마리 가운데 28마리의 뱃속에서 비닐, 낚싯줄, 스티로폼이 발견될 만큼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어구는 바다거북의 생존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호주 선샤인코스대학교 등 공동연구진은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을 1조각만 삼켜도 사망할 확률이 22%, 14조각 이상을 삼키면 사망 확률이 50%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제주 비양도에서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이 폐어망에 얽힌 채 주민들의 구조로 겨우 목숨을 건지는 일도 있었다. 바다거북에게 바다가 집이자 무덤이 되고 있는 셈이다.
WWF에 따르면, 바다거북 보호는 단지 해양보전 문제를 넘어 생물다양성 전략의 핵심 요소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바다거북 방류와 관련해 “사람의 손길을 통해 태어나고 건강을 되찾은 바다거북들이 이제 넓은 바다로 돌아가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롭게 헤엄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류된 13마리 바다거북이 바람처럼 안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산란지 관리, 폐어구 모니터링 및 회수 시스템 강화 등 노력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