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제주 지하수 증산 심의 D-1...물 더 퍼내도 환경영향 없나?
제주도에서 샘물을 지금보다 더 퍼내는 문제를 둘러싸고 기업과 지자체, 시민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주도청은 "과학적·기술적으로 고갈이나 수위 하강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민사회는 “문제는 양이 아니라 원칙”이라며 맞선다. 한국공항㈜가 2011년 이후 여섯 번째 시도하는 증산안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도청 “환경 영향 없다”
한국공항㈜의 제주도 먹는샘물 지하수 증산 동의안이 12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제주 지하수를 취수해 먹는샘물 ‘제주퓨어워터’를 생산하는 한국공항㈜이 한 달 취수량을 현행 3000톤에서 4400톤으로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하루 기준 100톤에서 146톤으로 늘리는 안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이번 증산이 새로운 개발을 수반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기표 제주도청 수자원보전팀장은 “현재 시설이 하루 1080톤 이상 양수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장에서는 하루에 약 225톤을 생산할 수 있다”며 “굴착 지점 확대나 새로운 개발 등 증설은 없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해당 취수지는 강수가 많고 지하수 이동이 빨라 취수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하며 “지하수 개발이 많이 이뤄진 곳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공항의 취수 허가량은 월 3000톤으로, 도내 전체 허가량(월 4512만1000톤)의 0.0066% 수준이다. 증산이 이뤄지더라도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월 13만8000톤)와 비교하면 미미한 양이라고 도는 설명한다.
김 팀장은 “한국공항이 제출한 지하수영향조사서는 국책연구기관 출신 전문가들이 검토했으며, 보고서 제작비에 1억 원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산 반대측에서도 지하수 고갈을 비롯한 환경영향을 이유로 반대하시는 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양이 아니라 원칙”이라는 시민사회
시민사회는 취수량이 아니라 제주 지하수 관리 체계와 법적 원칙을 문제 삼고 있다. 이영운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주특별법에는 ‘지하수는 공공자산이며 민간기업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공수화 정책이 명시돼 있다”며 “한국공항은 제도가 생기기 전 허가받아 예외적으로 사업을 이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공항은 1984년부터 먹는샘물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에 관련 인허가제도와 지하수법이 만들어지면서 신규 민간 진입은 금지됐다. 한국공항은 관련법 제정 이전부터 10여 년간 사업을 이어온 기득권을 인정받아 2년마다 허가권을 연장하는 식으로 사업을 계속했다. 제주도가 연장 허가를 내주며 붙인 “먹는샘물은 계열사 내부용으로만 사용하라”는 조건에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증산 요구와 시장 판매를 시작했다고 이 사무처장은 말했다.
그는 “문제는 지하수 고갈 가능성이 아니라, 제주가 왜 예외적으로 한 기업의 제주 지하수 상품화 행위를 허용해야 하느냐는 것”이라며 “제주는 강이 없는 섬으로 모든 용수를 지하수에 의존한다. 섬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공공적 관리 원칙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복된 증산 시도에도 넘지 못한 문턱
취수량 증대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한국공항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증산을 추진했으나, 지하수의 공공성을 근거로 추진되지 못했다.
2018년에는 한국공항이 제주도에 일일 지하수 취수량을 100톤에서 150톤으로 확대하는 증산 허가를 신청했다. 당시 제주도는 신청서를 반려했다. 이에 한국공항은 '지하수 개발 및 이용 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신청서는 접수되어야 한다"며 한국공항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적 분쟁 이후 한국공항은 지난 5월 다시 증산을 신청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한진그룹 편입으로 기내 음용수 수요가 증가한 것이 증산 신청의 배경이다.
한편 양세창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전문위원은 “한국공항이 제출한 지하수영향조사서 요약본과 관련 법령 자문, 검토 의견 등을 담은 50~60쪽 분량의 보고서를 심사 당일(12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공항 홍보실 관계자는 <뉴스펭귄>의 '지하수 증산의 환경영향'에 관한 문의에 "기술적인 내용은 제주사업부에서 답변이 가능하지만, 내일 심의 때문에 바빠 지금은 연락이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