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국내 최초 RE100 달성 코앞...민간 기업엔 여전히 ‘먼 산’

2025-09-09     곽은영 기자
시화조력발전소 전경. (사진 한국수자원공사)/뉴스펭귄

한국수자원공사가 RE100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 기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다. 하지만 민간 기업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 부족 등이 이유로 꼽힌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깊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국내 공기업 최초로 RE100 달성 타이틀을 얻을 전망이다. 지난해 사용 전력 1731GWh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RE100 달성 요건을 충족한 수공은 국제 기후평가기관 CDP의 최종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RE100에 가입한 모든 기업을 통틀어 첫 케이스다. 최종 확정은 내년 6월 발표되는 ‘2025년 RE100 연차보고서’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수공은 2021년 4월 국내 공공기관 가운데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RE100 달성 핵심은 물 기반 에너지 자산

수공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광범위한 물 기반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수력, 조력, 수상태양광 등 총 1.4GW 규모 설비를 보유한 덕분이다.  특히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연간 약 5억kWh의 전력을 생산하며 경기 안산시 인구 약 61만 명의 연간 전력량에 해당하는 규모를 공급하고 있다. 다양한 물 기반 자원을 활용해 안정적인 재생 전력을 확보하면서 공기업으로서 대규모 전환이 가능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수공은 RE100 달성 이후에도 민간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쉽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도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수상태양광 493MW, 수열 에너지 1GW 규모 확대를 통해 PPA 및 간접 방식의 에너지 공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러한 인프라 확충은 단순히 수공의 자가 이행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의 RE100 진입 장벽을 낮추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수공은 삼성전자와 조력 전력 공급 계약을, SK하이닉스엔 남강댐 수력발전 전력을 제공하며 PPA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RE100은 왜 어려울까

그러나 수공과 달리 민간 기업들에 RE100 달성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세계일보가 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RE100 가입 기업들의 평균 이행률은 고작 12% 수준. 이는 글로벌 평균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해외 사업장에서 이미 높은 이행률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불충분한 재생에너지 기반 때문에 RE100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장애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 부족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낮고 발전 자원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공처럼 자체 발전 자원이 없는 기업들은 외부 PPA 계약을 맺거나 자체 설비를 도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PPA 도입 비율은 약 0.3%에 불과하며, 이를 통한 재생에너지 확보 구조 역시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된다. 전력시장 독점 구조, 송전망 용량 부족, 주민 반대 등 제도적·구조적 제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RE100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미성숙도 RE100 달성을 늦추는 요인 중 하나다. 해외에서는 PPA 기반 계약 비중이 약 27%로 RE100 조달 방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국은 이 방식이 제도적으로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의 관계자는 “RE100 달성을 비롯해 ESG경영은 미래나 사회를 생각하면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만 비용과 인력에 한계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의 경우 공기업 대비 재생에너지나 환경적인 요소에 조직적으로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오너나 경영진이 인식을 가지고 선도해나가지 않으면 더욱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RE100에 가입하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고 회사 차원에서 중요성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고민하지 않으면 일반 기업에서 RE100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은 면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RE100 가입 기업 관계자는 “RE100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과 인프라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업의 경우 임의로 자가발전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공장 내 설비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설비 공간도 마련돼야 하는데 가용할 수 있는 공간적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RE100 달성은 단순한 공기업 성과를 넘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인프라·제도 미비, 공급 불균형, 시장 왜곡이라는 현실을 드러낸다. 국내 산업계 전반의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PPA 활성화, 전력 구매 시장 개혁 등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수공의 사례는 시작일 뿐,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촉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