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만 실천? “서울 구청 절반 일회용품 반입금지 조례 無”

2025-09-05     이한 기자

서울시 25개 구청 중 절반 가까이가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다회용기 사용을 늘리자는 요구가 거세고, 정부가 시민들에게 일회용품을 줄이라고 꾸준히 홍보하는데 정작 구청들은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들린다. 

서울환경연합이 4일, 자원순환의 날(9월 6일)을 앞두고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서울시 구청 내 1회용품 사용 금지 조례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기자회견 현장 피켓. (사진 서울환경연합)

서울환경연합이 시민조사단과 함께 지난 8월 한 달 동안 각 자치구 구청을 방문해 점심시간(낮 12시20분~오후 1시) 일회용컵 반입률과 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 실태를 조사해 4일 발표했다. 그 결과, 전체 평균 일회용컵 반입률은 약 28%로 나타났다. 3~4명 중 한명꼴로 청사에 일회용컵을 반입, 사용하는 셈이다. 

일회용컵 반입률이 가장 높은 곳은 노원구(52%)로 나타났으며 중랑구(46%), 용산구·마포구(42%) 등이 40%대의 높은 반입률을 보였다. 가장 낮은 곳은 관악구(9%)로 나타난 가운데 중구(13%)와 은평구(11%)가 15% 미만의 낮은 반입률을 기록했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조례로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하는 곳은 총 11곳이다. (강남·광진·동작·서초·성동·성북·송파·영등포·용산·은평·종로)

판단 기준은 조례 내에 ‘공공기관 내에서는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 또는 ‘공공기관 청사 내에서 또는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실내외 행사 및 회의에서 1회용품을 구매·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다회용품 사용을 촉진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다.

해당 조례 내용이 없는 14개 자치구(강동·강북·강서·관악·구로·금천·노원· 도봉·동대문·마포·서대문·양천·중구·중랑) 중 자체적으로 ‘1회용품 없는 청사’ 정책을 통해 1회용품을 금지하는 곳은 8곳이다. (강북·관악·노원· 도봉·동대문·마포·중구·중랑)

다만 노원구와 중구는 위와 유사한 내용의 조례가 있지만 반입을 명확히 금지하는 내용은 없어 '조례 없음'으로 구분했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두 지자체는 ‘공공기관의 장은 공공기관 내에서 매점, 식당, 카페 등 법 제10조제1항에 해당하는 시설 또는 업종을 경영할 경우 이용자가 1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1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제공하지 않도록 권고할 수 있다’ 라는 조례는 있다. 하지만 명확히 청사 내 1회용품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서울환경연합)

서울환경연합은 일회용품 사용을 실제로 줄이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텀블러 세척기 등 단순히 물리적인 시설만 설치한다고 일회용컵 반입률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시설 보급만으로는 사용 전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며, 컵 보증금제와 같이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이끄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에게만 변화 요구하나? 이중적 태도 답답"

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구청의 일회용품 사용 실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동대문구청과 강남구청을 조사한 손윤서 시민 조사단원은 “시민들에게는 다회용기를 쓰라고 홍보하며 정작 구청은 실천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이중적 태도 앞에서, 한 시민으로서 깊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구청은 시민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한다, 실천 없는 정책은 허울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반입률이 가장 낮은 관악구를 조사한 윤선영 시민 조사단원은 “관악구 정도 수치가 당연한 지표가 되어야 하는데 어째서 1위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이나 조례가 제대로 시행되었다면 다른 자치구도 마찬가지인 수치가 나왔어야 한다”며 “일회용품 없는 모습이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 상점 1.5도씨 이정연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규제가 가장 잘 안내되어야 할 행정기관에서조차 이 정도라면, 시민 일상에서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사용이 지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말뿐인 조례는 시민 기만이며 공공기관의 책임 방기”라며 “이번 조사가 단순한 통계로 끝나지 않고 제도와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은 “조례가 없는 자치구는 즉각 개정해 일회용품 관련 내용을 명문화하고, 조례가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직문화를 개선해 다회용기 사용을 기본으로 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