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0곳 햇빛소득마을..."녹색 전환 vs 새 갈등" 입장 차

2030년까지 주민주도형 ‘햇빛소득마을’ 500개소 조성 계획 주민수익형 태양광 마을발전소 확대...일부 지역 갈등 여전 정부 “주민 주도로 에너지 생산·소득 창출...농촌소멸 대응 기여”

2025-09-04     곽은영 기자
구양리 태양광발전소 6개소 위치.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뉴스펭귄

정부가 2030년까지 전국에 500곳의 ‘햇빛소득마을’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농지나 저수지, 마을창고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발전 수익을 공동기금으로 돌려 쓰자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주민이 직접 소유하고 혜택을 나누는 모델’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토지 훼손과 마을 경관 파괴, 수익 외부 유출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모범으로 꼽히는 햇빛소득마을 ‘구양리’

경기도 여주 구양리는 정부가 내세운 대표 성공 사례다. 2022년 산업부의 ‘햇빛두레 발전소’ 시범사업 지원을 받아 전국 최초로 1MW 규모의 마을공동체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구양리에서는 마을 공동 소유의 마을회관, 체육시설, 마을창고, 잡종지 등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올해 1~4월 구양리 마을은 태양광으로만 9200만 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수익은 마을협동조합에서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을은 이 돈으로 무료 급식을 운영, 마을 행복버스 운영 등에 쓰고 있다. 

구양리 마을 사례는 주민이 주체가 되고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민 주도형 마을태양광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24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이 이곳을 방문해 직접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단순한 전기요금 절감이 아니라, 지역 복지를 위한 순환 구조를 만든 이 모델을 바탕으로 새 정부는 국정과제로 주민공동체 주도의 햇빛소득마을 500개 조성을 발표했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공동체를 통해 농지·저수지 등 활용 가능한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 공동기금으로 활용하는 사업모델을 말한다. 영농활동과 발전사업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을 적극 도입해 농지 기능을 보전하면서 발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완도 약산면 등에서 태양광 둘러싼 갈등 지속

그러나 모든 햇빛소득마을이 구양리와 같은 전환을 보여주진 않는다. 

전남 완도 약산면에서는 5년째 태양광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간척농지에 대규모 발전소를 세우려는 계획이 나오자 농민들은 “농지를 빼앗기고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발전 수익 일부를 마을에 환원하기로 했지만 찬반 의견이 갈렸다. 임차농들의 피해 우려가 더해지면서 행정소송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마을은 둘로 갈라져 있다.

태양광과 풍력 설비가 몰린 전남 전체로 보면 비슷한 시기 80%의 시·군에서 신재생에너지 입지를 두고 갈등이 일어났다. 단순한 보상금 다툼을 넘어, 농지 보전과 경관 훼손, 수질·생태 영향 등 근본적인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부 주민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가정책 아래 공론화 없이 관련 사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뤄져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지뿐 아니라 저수지 위 태양광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수상태양광은 농업용수 확보와 이중 활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수질과 수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 위를 뒤덮은 발전시설 아래 생태계가 온전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수상태양광의 생태 영향은 피복률과 배치 방식에 따라 달라지므로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합천호 등 일부 저수지에서는 모니터링 결과 뚜렷한 악영향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디까지가 안전선인지에 대한 합의는 부족하다. 저수지 10% 이내 설치 기준이 언급되지만 이는 경험적 수치일 뿐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주민 수익형, 답 될까

정부는 주민주도 분산형 태양광이라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양리처럼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발전 수익을 공동체 복지에 재투자한다면 경관 훼손이나 수익 외부 유출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송미령 장관은 “농촌에 남아있는 태양광 발전설비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안해 농촌 주민 모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통한 혜택을 받도록 하고 이에 따라 농촌소멸 대응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햇빛소득마을을 둘러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지구 내 농지 및 농업법인 규제 완화로 영농형 태양광의 집적화·규모화를 유도하며 태양광 외 다양한 부존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숙제다. 그러나 간척지·농지 대규모 전용형, 계통망 부족으로 출력 제한, 송전선·변전소 신설 갈등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2030년까지 500곳이라는 숫자는 거창하지만 주민 합의와 농지 훼손과 같은 구체적인 과제는 남은 상황이다. 태양광 마을이 주민의 삶을 밝히는 햇빛이 될지,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