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접시 7만원이라고?”…‘바다의 청소부’ 해삼,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지 해산물 가격 논란 계속…이 대통령, '해삼 바가지' 직접 언급 '바다의 청소부' 해삼이 섭취한 미스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은 부족 인체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 급증…해산물 통한 축적 현황 조사 필요

2025-09-04     서다은 기자

전국 관광지에서 음식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부르는 일이 반복돼 이른바 ‘바가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과도한 해삼 가격으로 논란을 부른 부산의 한 업주가 과태료를 받은 사실이 3일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해삼 때문에 난리’라며 바가지요금을 단속하기 위한 정부 차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바다 밑바닥의 유기물을 섭취해 ‘바다의 청소부’라 불리는 해삼. 지금 해삼은 여행을 불쾌함으로 물들이는 ‘바가지 논란’으로 달갑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바다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대한 연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부산의 한 횟집에서 해삼 2~3마리를 '시가'란 이유로 7만원에 판 일이 알려지며 해삼이 '바가지 씌우기' 논란 중심에 섰다. 관광지 해산물 가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나 정작 인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해산물 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 보배드림, 클립아트코리아)

부산에 거주하는 A씨가 자갈치시장 인근 유명 횟집을 방문했다가 미지근한 해삼 2~3 마리를 7만원에 구매한 사연은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이는 성수기 관광지에서 흔히 벌어지는 ‘바가지 씌우기’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 중구는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 대통령도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직접 ‘바가지 논란’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 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 데 제일 큰 장애 요인은 자영업자들로 인해 사고가 가끔 나는 것”이라며 단속을 주문했다.

‘바다의 청소부’ 해삼,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바다의 바닥면 청소를 책임지는 해삼은 입으로 모래와 유기물을 함께 삼킨 후 유기물을 걸러 소화를 시키고 모래만 항문으로 다시 배설한다. 이를 통해 육지로부터 오염 물질을 정화할 수 있어 각 지자체에서 몇 만 마리씩 연안에 무상 방류하기도 한다. ‘바다의 산삼’답게 칼슘과 철분, 단백질, 사포닌 등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해삼을 먹는 것만으로 건강에 좋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직접 섭취하거나 먹이사슬을 통해 바다생물의 몸에 쌓이는 미세플라스틱이 고스란히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 속 미세플라스틱 축적의 주된 요인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 사용과 더불어 해산물 섭취다.

“부산 바가지 얘기가 있다. 해삼을 어떻게 했다고 난리가 났더라”

바가지 씌우기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환영할 만하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해산물과 함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사실은 응당한 관심을 받고 있을까? 

바다 밑바닥의 유기물을 섭취하는 해삼이 미세플라스틱을 집어먹을 가능성은 다분하다. 해삼, 조개, 새우 등 내장까지 통째로 먹는 해산물 섭취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오염된 환경에서는 미세플라스틱과 자연 유래 입자성 물질들이 혼재돼 있다.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용출되는 용존 유기물질(Dissolved organic matter: DOM)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보리새우 위장 안을 가득 채운 형광물질로 처리된 미세플라스틱. 새우가 먹이로 잘못 알고 먹은 것이다. 이 사진이 공개된 지 몇년이 지났지만 해양생물 몸 속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는 도시를 떠도는 공포처럼 남아있다. 마이유 레티니에미 박사 연구팀 제공

미국 뉴멕시코대학 보건과학센터가 2016년과 2024년 신체 내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뇌 속 미세플라스틱은 3345µg/g에서 4917µg/g로 50% 늘어났다. 간 속 미세플라스틱은 145µg/g에서 465µg/g로 증가율이 무려 221%에 달한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이 긴급한 사안으로 다뤄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에 해롭다는 다양한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만성 염증, 세포 손상, 면역 교란 등 병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뇌의 0.5%는 플라스틱?…해산물 속 미세플라스틱 추적은

뉴멕시코 대학 연구팀은 올해 초 사망한 사람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현재 우리 뇌의 99.5%는 뇌이고 나머지는 플라스틱일 수 있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는 머릿속에 ‘플라스틱 숟가락 하나가 들어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지난 8월 체내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신경독으로 작용해 뇌세포의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미세 플라스틱과 치매의 관련성을 상기시켰다.

미세플라스틱이 염증 반응을 유도해 암 발생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최근 제기됐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미세플라스틱→만성 염증→질병’이라는 연결고리를 입증하려는 과학적 연구는 이제 본격화하는 단계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는 아직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없다. 육지에서 흘러들어간 바닷속 미세플라스틱의 흐름과 축적, 그 영향을 추적하는 과제도 여전히 산처럼 남아있다.

대통령실 제공,클립아트코리아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미세플라스틱 관련 국책과제는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대응 및 관리 기술개발’ 1건 뿐이다. 이 연구과제는 지난 2022년 5년간 진행하는 것으로 정해져 오는 2026년까지 진행된다. 당시 5년간 연구개발비로 총 404억원이 책정됐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는 올해 미세플라스틱 연구개발 사업 예산을 3분의 1로 줄여 우려를 샀다. 한 전문가는 “바다로 어느 정도의 미세 플라스틱이 유입되는지, 바다에서 미세 플라스틱은 어떤 메카니즘으로 축적되는지 밝혀야하는 중대한 시점에 연구비를 늘리지는 못할망정 대폭 삭감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바다의 산삼’, ‘바다의 청소부’. 인간과 바다에 두루 이로운 생물. 해삼이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선 ‘해삼 속 미세플라스틱’이 제대로 된 관심을 받아야만 한다. 지금 해삼의 몸 속 플라스틱이 가격만큼의 관심도 받을 수 없다면 우리는 당장 몇 십년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해산물을 적절한 가격에 먹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바가지 해법’ 만큼 필요한 것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끈질기고 정교한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