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은 기후위기 방관자...법 바꾸고 제대로 지켜야”
올해 정기국회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법이 현재 헌법불합치 상태라는 문제의식에서다. 정부와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면서 ‘법적’ 문제를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참여연대가 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입법·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중립기본법 관련 제안은 참여연대가 이날 발표한 6개 분야 큰 과제 중 ‘사회 전환 과제’ 분야에 포함됐다. 이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사회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제안은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불합치 상태’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기후 헌법소원 결정에서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을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지속적 감축을 담보할 수 없고 이는 국민의 환경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당시 헌재는 국회에 장기감축경로를 개선입법하라고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국회가 2026년 2월까지 법 개정을 통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장기 감축경로를 설계하고 구체적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과정이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하고, 전 지구적 감축노력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하며 그 누적 배출량이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민생 회복,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 22대 국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 “헌법불합치 상태에 놓인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초등학생·농민들도 정부·기업에 기후대응 촉구
기후위기 대응을 헌법상 기본권에 명시하도록 하는 이 결정은 아시아에서는 최초 판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주장은 다른 곳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8월 27일에는 청소년 기후활동가 등이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결정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여전히 뚜렷한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10세가 된 초등학생 김한나 양이 “지난 1년은 미래가 외면당한 시간이었다”고 주장하며 “어린이·청소년에게는 투표권이 없는 만큼 국가가 더 큰 책임감으로 우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인 관점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들여다보고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2일에는 농민들이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후변화로 농업 현장에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들은 한국전력과 그 발전 자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탄소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2035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멈추라는 의미로 농민 1인당 500만 원과 위자료 2,035원을 청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네덜란드와 독일 등 해외에서는 기후 소송에서 시민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잇따라 나온 바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 판결 당시 사라 미드 기후소송네트워크(Climate Litigation Network) 공동 디렉터는 "전 세계 계류 중인 수십 건의 유사 사건들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