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탄생한 10대들의 미세플라스틱 퇴치법

2025-08-30     우다영 기자

올해 8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플라스틱오염 국제협약' 협상이 생산 규제 문제로 결렬되면서, 국제사회 플라스틱 해결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 가운데, 실험실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는 미래 세대가 있다.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날 10대 청소년들의 창의적인 해법을 소개한다.

볼펜 크기로 플라스틱 94% 제거 혁명

미국 텍사스의 빅토리아 우(Victoria Ou)와 저스틴 황(Justin Huang)은 물속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장치를 발명했다. (사진 Society for Science)/뉴스펭귄

미국 텍사스의 빅토리아 우(Victoria Ou)와 저스틴 황(Justin Huang)은 물속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장치를 발명했다. 볼펜 크기로 아주 작은 장치가 수많은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낸다.

장치 내 전기를 진동으로 바꿔 초음파를 내는 '트랜스듀서'가 들어 있어 물의 흐름 속에서 장벽을 만드는 원리다. 이 압력 장벽이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한쪽으로 몰아내고, 정화된 물만 반대편으로 흐르게 한다. 실험에서 단 한 번 만으로도 84%에서 최대 94%의 미세플라스틱 제거율을 보였다.

두 학생은 이 발명으로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 과학·공학 박람회(ISEF)에서 구글 후원 지구·환경과학 부문 1위에 올랐고, 대회 최고상인 '고든 무어 어워드(Gordon E. Moore Award)’를 수상해 총 5만 달러 상금을 받았다. 당시 소감에서 "실험실 성과를 토대로 더 큰 규모의 장치로 개선해, 세탁수나 하수처리 과정 같은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실험실에서 발견한 비밀

아일랜드 환경활동가 피온 페레이라(Fionn Ferreira)는 10대 시절 물리·화학 실험 중 페로플루이드(자성을 띤 액체)가 미세플라스틱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진 EPO)/뉴스펭귄

아일랜드 환경활동가 피온 페레이라(Fionn Ferreira)는 10대 시절 물리·화학 실험 중 페로플루이드(자성을 띤 액체)가 미세플라스틱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물에 페로플루이드를 넣고 자석을 가져다 대는 방식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분리해 냈다.

이 발명은 2019년 구글 과학 경진대회(Google Science Fair)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연구를 계속 이어가며 2023년 유럽특허청(EPO)이 수여하는 ‘유럽 발명가상’ 청년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의 기술은 단일 통과로 85%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었고, 페로플루이드는 재사용이 가능해 폐기물이 남지 않는 장점도 있다.

페레이라는 이후 스타트업을 세우고 미국 텍사스 대학, 환경단체들과 협력해 흐르는 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개발 중이다. 현재 식수 정화 과정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제품을 준비 중이며, 아일랜드 국영방송 청소년 과학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