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열풍인데 '생물다양성'은 뒷전? 국내 생태계 법률 "빨간불"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적극 복원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강화하고 국제 생물다양성 협약 이행체계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생물다양성협약 등 국제 기준에 맞춰 생태계 보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가 지난 22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생물다양성 법)의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 산과자연의친구 등과 함께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국내 이행을 위해 생물다양성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GBF는 한국을 포함한 196개국이 합의한 국제적 약속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 및 해양의 30%를 보호하고 훼손된 생태계 30%를 복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 내용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한반도 생물다양성 회복’과도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 협약 이행체계 전반 획기적 개선 필요"
당시 토론회 참가자들은 개정안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으로 보호지역 관리 강화, 지역생물다양성전략 내실화, 보호지역 지정 시 지역 주민의 경제권을 보장할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한국의 현행 보호지역 관리 체계가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보호지역은 환경부, 산림청, 문화유산청 등 여러 부처로 분산 관리되고 있으며, 10여 개의 법률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박준형 산과자연의친구 사무국장은 문경새재 케이블카 사업을 예로 들며, 사업 추진을 위해 생태·자연도 등급을 의도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허점 때문에 설악산 케이블카 등 보호지역의 보전 목적과 상충하는 개발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보호지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혜진 그린피스 법무담당은 보호지역의 지정 해제, 축소 또는 용도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가생물다양성위원회의 사전 심의 등 엄격한 예외 요건을 두자고 제안했다.
박종원 국립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보호지역, 생태계복원 등 GBF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법을 기본법으로 전환하고 CBD(생물다양성 협약) 이행체계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지역을 지정할 때 주민들의 경제권을 보장할 방안도 언급됐다. 이다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생태계서비스지불제를 내실화하고 생물다양성 훼손 개발사업 제재 및 훼손지 복원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장은 지역생물다양성전략 내실화를 위해 정부 지원을 의무화하고 지역생물다양성센터 및 위원회 설립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물다양성 전략, 탄소중립법 수준 위상과 의무화 절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고려해 ‘탄소중립’ 수준의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소장은 “실행력 있는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이행을 위해서는 탄소중립법 수준의 위상과 의무화, 경제메커니즘 도입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빠르게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물다양성 확보와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회 차원에서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지구 면적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자는 ‘30x30 목표’ 달성 시한이 5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생물다양성협약 등 국제 기준에 맞춰 생태계 보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안된 다양한 대안들을 면밀히 검토해 국회 차원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