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몸국 사라지나 "기후변화에 모자반 생육지 축소 우려"

2025-08-25     이한 기자

바다숲을 이뤄 수산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모자반이 기후변화로 국내 연안에서 대거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속가능 발전과 친환경 기술 확대 등을 통해 해양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모자반이 기후변화로 국내 연안에서 대거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모자반.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연안에서 모자반류의 생육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이번 논문은 해당 학술지의 편집위원회에서 연구 성과의 영향력과 과학적 기여도 등을 고려해 발표하는 ‘Feature Paper’에도 선정됐다.

모자반은 국내 동해안과 남해안에 주로 나며 제주도 향토음식인 몸국의 주재료로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모자반의 가치는 식용에 그치는 게 아니다. 기술원에 따르면 모자반류는 바다숲을 형성하고 다양한 수산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지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해조류로 국내에 30여 종이 생육한다. 주요 수산자원생물의 서식처와 먹이망 제공을 기반으로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자반의 생육지 변화에 대한 과학적 예측은 해양환경 관리와 보전에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KIOST는 설명했다. 

KIOST 제주연구소 열대·아열대연구센터 최선경, 고성길 박사 연구팀은 제주대학교 박상율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 제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괭생이모자반, 큰열매모자반, 쌍발이모자반, 구슬모자반 등 총 4종의 미래 분포 변화를 분석했다.

모자반 종별 사진 및 출현 위치와 모델을 이용한 현재 적합 생육지 추정 결과. (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뉴스펭귄

시나리오는 저탄소(SSP1-1.9), 중간(SSP2-4.5), 고탄소(SSP5-8.5) 등으로 구분되며, 분석 대상 기간은 2030년대, 2060년대, 2090년대다. 참고로 SSP는 IPCC 6차 평가를 위해 기존 온실가스 농도와 함께 미래 사회경제 변화를 적용한 새로운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다.

연구 결과, 현재는 우리나라 연안 전역에 4종의 모자반이 모두 분포하고 있으며 저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2090년대까지 모자반의 분포가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대부분의 생육지가 북상해 우리나라 연안의 모자반 분포와 종다양성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잠재적 모자반 생육지 중 47~61%만이 현재 해양보호구역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탄소 시나리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중심으로, 친환경 기술과 국제 협력이 강화돼 탄소중립을 위한 강력한 정책이 시행되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실현되는 경우다. 고탄소 시나리오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다. 

KIOST는 이번 연구에 대해 “해조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잠재적 블루카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해양보호구역의 확대를 통해 모자반 생육지를 보호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IOST는 기후위기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바다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