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에 꽂힌 탄소배출 대가...시금치 171% 충격 급등

2025-08-21     이한 기자

최근 치솟는 물가로 소비자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장바구니 물가를 더욱 끌어올렸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는데 농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8.9% 뛰었고 시금치는 171% 급등했다. 기상 여건 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았고 폭염 등에 따른 가축 폐사가 이어진 탓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4% 상승했다. 농산물(8.9%)과 축산물(3.8%)등이 올라 농림수산품(5.6%)이 전체적인 상승을 이끈 가운데 시금치는 전월 대비 171.6% 배추는 51.7% 뛰어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식료품은 전월 대비 2.6% 올랐고 신선식품은 역시 전월 대비 9.9% 뛰었다. 에너지가 전월 대비 0.4% 하락했지만 먹거리 위주의 ‘장바구니 물가’가 전반적인 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식료품 및 에너지 이외 나머지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실적과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 등이 꼽힌다. 한은은 채솟값 급등에 대해 “지난달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행락철 수요 증가와 폭염으로 인한 생육 부진·폐사 증가, 공급 부진이 겹치면서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자료 한국은행)/뉴스펭귄

실제로 앞서 7월에는 이상고온과 폭우가 번갈아 닥치면서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줄줄이 뛰었다.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은 한 통에 한때 3만원을 넘기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폭우에 수박이 썩었지만 이어진 폭염에 수요는 몰렸기 때문이다. 

“기후적응 품종 개발,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 절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와 물가 상승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이 그저 우려가 아니라 실제로 현실 경제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다.

지난 6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솔로몬 샹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 오를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50조kcal에 해당하는 식량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상청이 공동으로 펴낸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도상승과 폭염·폭우 같은 이상기후는 농업과 식품 제조업, 음식점업 등 다양한 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기온이 일시적으로 1℃ 오르면, 농산물 가격은 최대 0.5%p까지 오르고, 전체 소비자물가도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영향이 1년 지속되면, 농산물 가격은 2%, 전체 물가는 0.7% 상승할 수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 연구진들은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작물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중앙은행은 물가 불안을 막기 위한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