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죄 없어" 국경 넘으면 평판 뒤집히는 '억울한' 동물들
한국에선 '흙 살리는 생물', 미국에선 '숲 파괴하는 침입자'. 똑같은 생명인데 국경을 넘으니 갑자기 '위험요소'가 됐다. 지구 곳곳에는 이렇게 지역 따라 평판이 극명하게 갈리는 생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동물 3종을 소개한다.
토종 지렁이는 한국에서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 하지만 일부 종은 미국과 유럽에선 생태계교란 침입종이다. 대표적으로 아시아 원산인 아민타스 아그레스티스(Amynthas agrestis) 종은 '점핑웜(jumping wor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종은 주로 한국과 일본에 서식하던 지렁이로, 격한 꿈틀거림과 튀는 성질이 특징이다. 외부 자극에 반응해 20~25cm 가까이 튀듯 움직이는 특성에서 붙은 이름이다.
2023년 미국 CBS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이 지렁이가 출현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 시민은 "한국에서 온 지렁이를 제거해야 한다"면서도 자국 지렁이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한국 지렁이가 숲 생태계를 빠르게 바꿔버릴 수 있어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는 2024년 이 종을 "북미 산림의 생물다양성과 토양 균형을 무너뜨리는 존재"로 지적하며 '외래 침입(alien invasion)'에 비유했다. 과학매체 Science News는 점핑웜이 낙엽층을 95% 이상 빠르게 분해해 숲 바닥을 커피 가루처럼 가볍고 메마른 흙으로 바꿔버린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식물 씨앗, 나무뿌리, 균류의 생장 기반이 사라지고 숲의 회복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환경부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된 일부 외래종은 다른 나라에선 보호 또는 관리 대상인 경우도 있다.
붉은귀거북은 2001년부터 한국에서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토종 거북과의 경쟁, 질병 확산 우려, 수생식물 감소 등의 이유로 방류나 방생이 금지됐다. 하지만 이 종은 원산지인 미국 남부 미시시피강 유역에서는 자생종으로 분류되며, 일부 지역에선 자연 서식지 보전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붉은귀거북은 미국 48개 주 대부분에 분포해 있으며, 외래 개체의 확산을 막는 규제와 더불어 토착 개체군의 보존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황소개구리 역시 한국에선 포식성과 번식력이 강한 교란종으로 퇴치 대상이다. 그러나 북미 동부 지역에선 토착 양서류로 식용 자원이나 실험동물로 활용되며, 별도 관리 대상으로 취급된다. 즉 적극적인 퇴치는 없으며, 일부 주에서는 지속 가능한 활용 목적으로 관리 체계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