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이전, 1945년 8월 15일 날씨 어땠을까?
시냇물과 부채에서 목에 거는 선풍기 까지 80년 만에 바뀐 여름
1945년 8월 15일 아침. 역사적인 그 날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는 짙은 안개가 꼈다. 오후로 갈수록 점차 맑아지면서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 최고기온은 33.9도, 대구는 35도, 전주는 33.1도까지 치솟았다. 내륙 대부분이 찜통더위에 시달린 날이었다.
80년 전 그 날, 전국이 모두 무더운 건 아니었다. 당시 강릉은 동풍 영향으로 26.9도에 머물렀다. 같은 날 서울보다 무려 7도나 낮았다. 바닷바람이 만든 천혜의 에어컨이었던 셈이다.
그 날의 온도는 어땠을까?
"그땐 이렇게 덥지 않았다. 그냥 시냇물에 발 담그고 부채 부치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견딜만 했다” 1942년생 박경자(가명) 할머니가 말했다. 해방 당시는 너무 어려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린 시절 여름나기는 비교적 잘 기억한다고 했다. 할머니의 기억 속 여름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덥다고 해도 25도, 30도 이랬지 지금처럼 이렇게 덥지 않았다. 비도 이렇게 많이 오지 않았다."
80년 흐른 2025년...지금 여름은 다르다.
기후변화는 우리 여름을 크게 바꿨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서울 최고기온 35도가 넘은 날이 12번이었다. 한 달 동안 올 비가 하루만에 쏟아지기도 했다. 폭염과 폭우가 경쟁하듯 번갈아 찾아왔다.
사람들은 이런 여름을 견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름 '장비'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목에 거는 선풍기, 손에 드는 휴대용 선풍기, 자외선 차단 양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드물었던 것들이 이제는 필수품이 됐다.
1945년 당시 사람들은 시냇물에 몸을 식히고 나무 그늘을 찾아다니며 부채질로 더위를 견뎠다. 하지만 지금은 시원한 에어컨과 핸디 사이즈 개인용 선풍기에도 불구하고 땀이 줄줄 흐른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6도 상승했다.
평균기온과 체감온도만 달라진 건 아니다. 그 때와 지금의 분명한 차이 하나가 있다. 바로 모기다. 올해는 이른 시점부터 찾아온 폭염 탓에 모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16개 감시센터에서 모기가 평년 대비 74%, 작년 대비 4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모기 유충이 활동하는 최적 온도는 25~30℃로, 40℃에 가까워질수록 모기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한다.
80년 전에는 어땠을까? 박 할머니는 "모기가 많아 매일 저녁 모기향을 피웠다. 연기가 온 집안에 자욱하곤 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방충망이나 전자 모기퇴치기 같은 장비가 없으니 더 불편했을 시절이다. 기후위기로 계절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모기나 진드기 활동 시기가 달라진 요즘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