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넘어 '보전'으로 나아가는 세계 동물원들

2025-08-08     정도영 기자

전 세계 동물원들이 단순 전시 공간을 넘어 멸종위기종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식지를 잃고 야생에서 쫓겨난 동물들의 새로운 터전이 되고 있다.

체스터 동물원에서 뛰어노는 아시아 야생당나귀 '재스퍼' (사진 Chester Zoo)/뉴스펭귄

영국 체스터 동물원의 보물, 아시아 야생당나귀 ‘재스퍼’

영국 체스터 동물원에는 태어난지 갓 1년 된 오나거(아시아 야생당나귀) ‘재스퍼’가 살고 있다. 이름 재스퍼는 페르시아어로 보물을 뜻한다. 오나거는 서식지가 파괴돼 현재 전 세계에 600마리도 남아있지 않다.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의 사막과 반사막 지역에 서식했지만 목축업 확산, 도로 건설, 사냥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20년 동안 개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필라델피아 동물원, 150년 만 처음 갈라파고스 거북 번식 성공

필라델피아 동물원에서는 지난 4월 서부 산타크루즈 갈라파고스 거북이 4마리가 부화했다. 약 100세로 추정되는 암컷 갈라파고스 거북 '마미(Mommy)'가 생애 처음으로 알을 낳는 데 성공한 것이다. 동물원이 세워지고 150년 만에 처음으로 태어난 새끼 거북이다. 갈라파고스 거북은 19세기부터 인간 활동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고 알려졌다. 선원들이 바다 여행 중 신선한 고기를 위해 마구잡이로 포획했고, 섬에 유입된 외래종들이 거북의 알과 새끼를 잡아먹으면서 개체수가 치명적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내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서부 산타크루즈 갈라파고스 거북은 44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공원, 토종 멸종위기종 보전의 최전선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 지정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서울대공원은 국내 토종 멸종위기종 보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천연기념물 15종, CITES 등재종 113종, 국내 멸종위기종 27종을 보유하고 있다. 집중 보전 대상은 포유류 4종(수달, 산양, 여우, 삵), 조류 2종(저어새, 양비둘기), 양서파충류 2종(금개구리, 남생이) 등 총 8종이다.

저어새는 전 세계에 6천 마리만 남았으며, 서식지 개발과 기후변화로 번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수달과 산양은 하천 개발과 도로 건설로 서식지가 파편화됐고, 여우와 삵은 도시화와 농업 개발로 먹이원과 서식 공간을 잃었다.

서울대공원은 2년 전인 2023년 1만2천500㎡ 규모의 '종보전센터'를 완공했다. 종 각각에 맞춤 설계된 사육시설을 운영하며, 관람을 제한하고 개별 종의 생태적 특성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여우, 저어새, 낭비둘기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3종 11마리 번식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5종 23수 번식에 성공한 바 있다. 번식된 개체들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야생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종 보전에 앞장서는 동물원들

현대의 동물원은 과거 '구경거리'에서 '생명 보전의 공간'으로 변모 중이다. 서식지 파괴와 밀렵 등으로 살 곳을 잃어가는 동물들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