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의 안부를 묻다] 아름다운 청년이 이어갈 생태 희망

2025-07-30     이강운 대기자

“올해가 아마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되겠죠. 앞으로는 점점 더 뜨겁고, 더 고통스러운 여름이 올 것 같은데 큰 걱정입니다” 작년 이 맘 때 ’기후변화에 따른 곤충 생태계 변화‘란 주제로 인천 남동구청에서 강연을 마친 후 인천도시생태 환경연구소 박병상 소장과 담소를 나누며 한 대화다. ‘다가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 것인지’를 염려했는데 ‘작년 호되게 경험했던 더위가 이미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의 현실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곤충 생태계 변화‘란 주제로 인천 남동구청에서 강연. (사진 이강운 대기자)/뉴스펭귄

2025년의 여름은 단지 덥다는 말을 넘어서 불타고 있다. 살이 타는 듯한 극한 폭염의 공포와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초열대야의 열기로 숨이 막힌다. 40도를 넘는 절절 끓는 극한 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이제 여름이 시작인데 작년 여름이 그립다니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인가!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닌 면역체계가 무너져 멸종과 생태계 붕괴가 이어진 지구의 신음 소리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과학자의 경고로 그칠 일은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내세웠다. 경제성장에 기후위기가 밀리는 상황을 늘 봐왔던 터라 기후공약을 공식 의제로 채택한 사실만으로도 신선했다. 일상적인 대선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시대에 맞춘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당장 잘못 된 부분부터 차근차근 제 자리로 돌려놓으면서 급한 불을 꺼야한다.

귀를 잘 기울이기만 해도 된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며 홍천의 산을 부수어 양수 발전소를 건설하고, 이미 중지하기로 한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정치 논리만 취소해도 탄소중립을 위한 기반을 닦는 일이다. 더위와 열을 막아주고 많은 생명체를 보듬고 있는 도심 한 가운데 산황산을 밀어 골프장을 건설 하겠다는 고양 시장의 논리는 어떤 것일까? 그냥 잘 지키기만 해도 훌륭한 기후정책이 된다는 사실을 정말 모를까?  

[CBS 뉴스] [이슈포커스] 기후재앙 자처?…고양시 '도시숲' 산황산 골프장 증설 인가 논란

환경과 지역 주민과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생명에게 고통을 주는 대규모 환경 파괴, 난개발로 기후재난을 재촉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숲을 보전하고 자연이 주는 공익적 가치를 지키는 전략은 더 많은 자연을 갖는 일로,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유지를 위한 서식지 보전이 첫 번째다.

더 많은 자연은 서식지 보전과 멸종위기종 보전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실질적인 보전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진짜 대한민국을 외치는 새 정부가 기후위기에 이어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을 선거 공약에 넣었다. 생물다양성이나 멸종위기종이라는 단어가 공약에 담긴 것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이제껏 확실한 법적 근거 없이 느슨하게 관리하고 있던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법률로 정하여 기본계획을 갖고 있는 탄소중립법과 비교하면 생물다양성법은 위상 자체를 낮게 규정하고 있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이며 기본 계획 자체가 없는 허술한 법이다. 꼭 지켜야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으므로 이행 의무도 없고 인센티브나 과징금 부과도 없다. 

멸종위기종을 법으로 정하지 않으면 책임도 없다. 책임이 없으면 생물은 죽는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생명들을 지키는 것은 곧 미래 세대를 위한 정의이자 최소한의 문명이다. 새 정부의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어 꼭 멸종위기종을 국가가 책임지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겠다는 의지와 실행 방법을 제시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30여 년 전,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멸종위기종을 되살려 보겠다는 희망을 갖고 강원도 산 속을 그들의 피난처로 바꿔놓았는데 이제는 숨이 차다. 끈적끈적한 더위와 강도 높은 노동에 지치다보니 힘만 든다. 살려보겠다고 데려왔는데  오히려 멸종위기종들을 모아놓고 다 죽이는 꼴이 될까 조바심에 애가 탄다.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전경. (사진 이강운 대기자)

고립무원의 산 속이라 일 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데 물장군은 신이 난 것 같다. 열 스트레스로 사람과 동식물 다 힘든데 물 속 생활을 하는 물장군은 특별히 방해받지 않는 것 같다. 알도 더 많이, 더 자주 낳고 먹이 공급도 충분히 해주지 못하는데 생존율은 쑥! 

물장군 알. (사진 이강운 대기자)/뉴스펭귄

비닐하우스로 된 실험실은 반 밀폐 공간이라 이렇게 무더운 날에는 선풍기도 아무 효과가 없다. 통풍을 위해 측창을 열던 아내가 말벌에게 8 군데나 쏘여 병원 행! 푹푹 찌는 여름에 병원까지 악전고투를 거듭할 때 구원 군이 왔다, 

물장군 실험실. (사진 이강운 대기자) 

유튜브 이 더위에 말벌에 쏘이면 죽을 수 있습니다

‘안정된 직업’, ‘보장된 미래’가 많은 젊은이들을 옥죄고 있다. 안정을 좇는 과정에서 자기 삶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차단되고 불확실한 미래를 피하려다 스스로를 고정된 틀에 가두게 된다고 강변하지만 필자도 이제는 자신이 없다. 환경을 걱정하고 멸종위기종 보전하겠다고 30여 년 간 일탈을 했지만 맞는 일을 했는지는 확신이 없다.

그러나 그런 틀에서 벗어나, 오직 생명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곤충을 공부하고자 연구소의 문을 두드린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준서는 아름답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작은 생물인 곤충을 통해 우주의 질서를 읽고, 생명의 위대함을 발견하며, 묵묵히 현미경 앞에 앉아 진실을 좇는 준서는 이미 한 명의 과학자다. 기후위기와 멸종의 시대에 누구보다 필요한 시선을 세상에 보내는 빛이기도 하다.

현미경 관찰 중인 양준서 씨. (사진 이강운 대기자)/뉴스펭귄

옥스퍼드를 목표로 한다는 꿈은 단지 명문대를 향한 욕망이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고 지식을 넓혀 생명 앞에 더 책임 있는 곤충학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수컷 물장군의 포란을 심층 연구하여 멋진 논문을 쓰기 위해 열일 하는 준서가 고맙고 장하다.

물장군 관찰하는 양준서 씨. (사진 이강운 대기자)/뉴스펭귄

우리의 미래는 결국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들 덕분에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이강운 대기자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붉은점모시나비, 소똥구리, 물장군 등 멸종위기종 복원과 멸종위기종의 산업적 활용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곤충방송국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