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동의한 '공공재생에너지법'…국회 첫 문턱 넘었다
공공 주도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제도화하자는 내용의 국회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접수 기준을 충족했다. 이에 따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청원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공이 재생에너지를 개발·소유·운영하는 비중을 2030년부터 최소 50%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지난 6월 2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은 마감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오전 9시쯤 5만 명의 동의를 넘겼다. 청원은 28일 소관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됐다.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에게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보장하며, 국가는 이를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원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고 약속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고 그마저도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어 전환의 속도도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정한 전환의 시작이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이라고 밝혔다.
공공재생에너지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공공기관, 지방공사, 마을기업 등 공공 주체가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공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전략이다.
청원이 제안한 법안에는 공공이 재생에너지를 개발·소유·운영하는 비중을 2030년부터 최소 50%로 확대하고(제4·6조),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를 재생에너지 분야에 우선 고용하는 ‘정의로운 전환 의무’(제15조) 등이 담겼다. 특히 전체의 90%가 민간, 그중 61%가 외국 자본인 해상풍력발전의 공공 비중을 2030년부터 최소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발전사업자의 당기순이익 일부를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현행 민영화된 재생에너지 구조에서는 전환의 속도가 시장 논리에 좌우돼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지고 전기요금 상승하는 등 공익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발전소 폐쇄와 함께 노동자 고용 불안도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공공재생에너지는 해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베라 웨그만 영국 그리니치대 국제공공노련연구소장은 "유럽연합은 에너지 자유화 실패를 겪은 뒤 재생에너지를 시장 경쟁에서 보호하고 있다"며 "공공재생에너지는 환경을 우선하고 가격도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모든 전력망이 지자체 소유라는 점과 프랑스 국영에너지기업의 재생에너지 공공 소유권으로 3년 전 에너지 위기 당시 가격 인상을 제한할 수 있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민간에 대응할 수 있는 국영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29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공공재생에너지법을 검토하고 입법화할 방안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며 "석탄발전소 61기 폐쇄가 지역사회와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