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밤에 쏟아진 물총과 물,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까?
워터밤 '물총 재활용' 첫 시도...축제는 여전히 환경 논란
워터밤이 축제에서 사용한 물총 일부를 재활용하기로 했다.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와 함께 '일회성 시도에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 축제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8년간 장난감 재활용 사업을 해온 사단법인 트루의 박준성 사무총장은 지난 7일 SNS에 "워터밤 축제에서 사용됐던 물총 몇천 개가 트루로 들어왔다"며 바닥에 널려 있는 플라스틱 물총을 활동가들이 정리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런 축제가 많아지는 건 달갑지 않지만, 물총이 소각되는 건 원치 않으니, 한다면 꼭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집에 가져가는 줄 알았다', '다 버려지는지 몰랐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4~6일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워터밤에서 사용된 물총 약 1500개가 트루로 기부됐다. 그중 3분의 1은 다시 물총으로 사용하고, 3분의 1은 재활용업체로 보내져 다른 플라스틱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플라스틱 판재인 '널'로 재활용해 워터밤 포토존 조형물이 된다. 이 재생 플라스틱 판재는 행사 이후에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량 재사용이 어려운 이유는 일부 물총이 고장 났거나 음식물 등으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집에서 개인이 가져온 물총도 섞여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사무총장은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이번 축제는 플라스틱 물총을 어떻게 처리할지 사전에 논의하고 대안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워터밤이나 다른 축제들도 보고 따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많은 축제에서 환경이 소홀히 여겨진 건 사실이지만 환경 악당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재활용업체들과 협업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워터밤 주최 측은 기획 단계부터 트루에 물총을 기부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워터밤이 축제 자체에서 방대한 물을 소비한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방송인 줄리안은 지난해 워터밤에 대해 "평소에도 과도한 물 사용이 불편했는데, 축제 측이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 속상하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워터밤 행사를 비롯해 물을 뿌리며 맞으며 즐기는 '물 축제'는 매년 여름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아리수나 저수지 물을 미리 대량으로 받아두는데, 한국이 물 스트레스 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일회성 행사에 수백 톤의 물을 소모하는 건 낭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물 스트레스 수준은 85.52%로 아프리카와 중동의 물 부족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강수량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대부분 하천과 바다로 빠르게 흘러가 실제 쓸 수 있는 수자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