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조 단순 투자 그만!...기후재원 혁신 절실”

2025-07-11     이한 기자

우리 정부 기후예산이 각 부처의 사업을 단순 합산한 수준에 그쳐 국가 감축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관련 재정을 재설계하고 기후거버넌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질적인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기후재정을 혁신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7월 10일 국회에서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실질적인 기후대응을 위해 기후재정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현재의 기후예산으로는 기후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약 89조 9,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7년까지의 투자 계획은 현 기후대응 관련 각 부처의 사업 예산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최 팀장은 “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재정투자 계획을 ‘기후재정계획’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연도별 감축목표에 맞춰 부문별 투자계획을 세우고, 재원조달 계획을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화석연료 보조금 등 배출 관련 투자 계획은 축소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사전에 현재 투자 계획과 투자 부족 분 간의 격차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최 팀장은 덧붙였다. 

기후에너지부 문제에 대해서도 “재원이 따라와야 한다”면서 “현 기획재정부 소관 기후대응기금을 기후에너지부로 옮기고 정책금융을 담당할 기후투자공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전력 등 에너지소비가 예상보다 폭증하는 상황에서 기후대응을 위한 기존 예산조차 지키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기후 관련 정부 조직 개편만으로는 기후거버넌스 개편이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위원은 “기존 조직이 구조적으로 융합이 되지 못하고 같은 부처 내 각각 다른 국·실 조직으로 ‘한지붕 두가족’ 체제로 머물 수 있다”며 “일부 정책적 통합이 이루어지더라도 예산이나 조직 규모가 더 큰 다른 부서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문제는 기존 정부 사업 같이 ‘파이 나누기’가 아니라 모든 부처가 고려해야 할 ‘전분야-전부처’ 사업이 돼야 한다”며 “탑다운 예산제(총액배분 자율편성제)를 실효적으로 확립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지정토론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이어졌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 센터장은 “정확한 기후예산 규모 산정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비용을 포함하여 전체 기후대응에 필요한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영민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후 분야 예산 편성의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 기후 관련 예산을 통합적으로 편성·심의하는 기구나 절차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범부처에 산재한 기후예산을 통합적으로 심의하고 편성해야 한다”며 “예산 배분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전문기구를 탄녹위나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에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기후환경실장은 “모든 부처의 정책과 예산에 탄소중립이 주류화되어 있지 않다”며 “기재부의 재정 건전성 중심 예산 편성 구조는 기후재정 전략과 실행력을 저해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주도 탄소중립이 강조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기준, 재정 지원이 부족하여 실행 역량도 제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