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육하원칙] 뾰족하고 긴 열매 맺는 ‘큰바늘꽃’
큰바늘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아래는 큰바늘꽃의 육하원칙.
Who?
내 이름은 큰바늘꽃. 학명은 Epilobium hirsutum L. 바늘꽃과 여러해살이풀이야. 국가생물적색목록 준위협(NT), IUCN 적색목록 최소관심(LC)으로 평가되어 있어.
When?
7~8월 꽃을 피우고 9~10월 열매를 맺어.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어.
Where?
나는 습지를 좋아해. 하천이나 계곡 주변 자갈밭이나 모래땅의 축축한 곳에 무리 지어 살아. 북방계 식물로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만 생육해. 생육조건이 적합하고 안정된 곳에서는 종자에 의한 유성생식과 함께 땅속줄기가 뻗어 왕성한 무성생식을 할 수도 있어.
What?
나는 우리나라 바늘꽃속 식물 중 가장 큰데, 이름도 키가 크게 자라는 바늘꽃이라는 의미야. 열매가 바늘 모양의 삭과라서 바늘꽃이라고 불려. 종소명(hirsutum)은 ‘거친 털이 있는’, ‘많은 털이 있는’을 뜻하는데 실제로 줄기, 잎, 꽃받침이 가느다란 털로 덮여 있어. 이건 해충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나름의 전략이야. 긴 줄기에 자줏빛 꽃이 피어 있는 모습 때문에 자줏빛 물가의 시인, 습지의 핑크 요정 등의 별명이 있어.
How?
뿌리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고 키는 1~2m 정도 자라. 줄기와 잎에 길게 퍼진 샘털이 빽빽하게 나. 잎은 줄기 아래쪽에서는 마주나며 위쪽에서는 어긋나고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어. 꽃은 줄기 위쪽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피는데 분홍색이야. 꽃받침은 4갈래로 갈라지고, 꽃잎은 4장이야. 암술머리가 4갈래로 깊게 갈라지는데, 암술머리가 곤봉 모양인 우리나라 바늘꽃속의 다른 종과 구분되는 지점이야. 꽃이 지고 나면 긴 꼬투리가 생기는데 3~9cm의 작은 바늘처럼 뾰족하게 긴 열매야. 익고 나면 터지면서 솜털이 달린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Why?
나는 바늘꽃속 식물 중에서도 분홍바늘꽃과 함께 아름다운 대형 꽃이 피어나 높은 원예 가치를 가져. 그래서 관상을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채취에 노출돼 왔어. 생육지가 저지대 하천이다 보니 도로 건설, 시설물 증축, 경작지 조성 등 각종 개발 사업으로 생육지가 훼손될 가능성도 커. 현재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돼 있긴 하지만 자생지 보호를 위한 조치가 미비한 편이야.
지구에 사는 식물의 40%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알려진다. 생물의 서식지이자 먹이 역할 하는 식물의 멸종은 동물이 사라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식물의 육하원칙>에서는 매주 일요일 국내외 멸종위기 식물을 하나씩 소개한다. 이번 주는 열매가 바늘을 닮은 ‘큰바늘꽃’이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