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진화 중인 반려견..100년 뒤 모습은?

2025-07-09     이동재 기자
개가 인간과 함께하는 생활 방식에 맞춰 사회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개가 인간과 함께하는 생활 방식에 맞춰 사회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계속 진화해 간다면 100년 뒤의 개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 사냥, 경비, 양치기 등 특정한 목적들을 위해 길러졌던 개. 이들은 이제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이기보다는 그저 인간과 함께 지내며 가족처럼 살아가는 반려 동물로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해외 연구진이 개와 인간, 양자 사이의 관계 및 생활상의 변화가 개의 진화를 특별한 방향으로 촉진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스웨덴 린셰핑대학교(Linköping University) 연구진은 인간과 개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이 개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인간과의 관계 변화가 개의 생물학적 특성을 더 사회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반복적 훈련 vs 사회적 진화...'댕댕이' 어떻게 성장했나

연구진은 골든 리트리버 6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개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 한쪽은 코에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한쪽은 일반 식염수 스프레이를 뿌린 뒤 간식이 담긴 밀폐된 병을 주고 각각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실험 결과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뿌린 개들은 식염수 스프레이를 뿌린 개들보다 더 자주 보호자를 더 자주 쳐다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을 보였다. 특히 유전자 검사 결과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에 특정한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개일수록 위와 같은 행동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향이 개가 단순히 훈련을 통해 사람을 따르게 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사람과 공존하면서 사회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생물학적 진화가 이뤄져 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봤다. 연구진은 이를 '개의 세 번째 가축화”로 정의하면서, "과거 늑대 무리가 사람 주변에 정착하면서 시작된 첫 번째 가축화와, 산업혁명 이후 외모를 기준으로 한 품종 선택에 따른 두 번째 가축화를 지나, 이제는 개의 성격과 사회성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 '세 번째 가축화'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과거와 달리 달리 낯선 사람에게 우호적이고 차분한 성향을 지닌 개들이 사람들의 선호를 받는 상황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경향 때문에 "과거에는 경비견으로서의 역할 등으로 낯선 이를 경계하는 호전적인 성향이 생존에 유리했지만, 이제는 인간과의 친화성이 더 큰 생존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0년 뒤의 개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실내 생활에 적합하고 관리가 쉬운 소형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에 따라 털 빠짐이 적고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낮으며, 독립적이고 애교가 많은 작은 개들이 인위적으로 선별되어 교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렇듯 개는 인간의 곁에서 반려견으로 살아가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진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와 도시화,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반려견에 대한 욕구 변화가 개의 미래 모습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려견 전문 저널(Canine Journal)에 실린 전문가 인터뷰에 따르면, 개의 외모는 환경 변화와 인위적 교배 등 다양한 영향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변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의 진화를 연구하는 과학자 브렌다 비토리노와 제시카 다빌라는 기후위기, 도시화와 같은 요인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욕구 변화가 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먼저 도시화와 1인 가구의 증가를 중요한 변수로 지목하면서, 실내 생활에 적합하고 관리가 쉬운 소형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러한 경향이 이어질 경우, 털 빠짐이 적고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낮으며, 독립적이고 애교가 많은 작은 개들이 인위적으로 선별되어 교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두 전문가는 "이런 선택적 번식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려면 약 8세대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과거의 개가 들판을 누비는 용맹한 사냥개였다면, 앞으로는 작고 조용하며 인간에게 더 친화적인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100년 후 개의 외모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생활 방식과 환경, 그리고 원하는 반려동물의 상이 바뀌면서 개 역시 이에 맞춰 외모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