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햇빛은 모두의 것"...공공재생에너지, 왜 국민청원까지?

2025-07-02     이수연 기자
(사진 국회 국민동의청원 캡처)/뉴스펭귄

공공 주도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제도화하자는 내용의 국민동의청원이 진행 중이다. 해상풍력발전에서 공공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내용이다. 청원자는 발전소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노동자다.

이 청원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권리를 보장하고, 재생에너지의 투자·소유·운영을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바람과 햇빛 같은 자연자원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사용돼야 하며, 시장 논리에 맡긴 현재의 에너지 전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렸다.

공공재생에너지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공공기관, 지방공사, 마을기업 등 공공이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공 중심의 에너지 전환 방식이다.

청원자 이태성 씨는 충남 태안에서 나고 자라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25년간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는 "40도가 넘는 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동료들, 기후재난으로 삶터를 잃는 생명들을 보며 단순히 발전소를 지키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에너지 전환의 부담을 노동자에 떠넘겨선 안 되며, 기업의 수익이 아닌 공공성을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 1기를 시작으로 2038년까지 전국 석탄발전소 40기가 문을 닫지만 일자리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 

법안은 ▲재생에너지의 공공 개발·소유·운영을 원칙으로 하고(제4조), ▲공공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부터 최소 50%로 확대하며(제6조), ▲발전 이익을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발전사업자에게 부담금을 부과(제14조),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를 재생에너지 분야에 우선 고용하는 ‘정의로운 전환 의무’(제15조) 등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해상풍력발전에서 공공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부터 최소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당기순이익 20% 이내를 부담금으로 환수해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해상풍력발전의 90%가 민간사업이며, 그중 61%는 외국 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선 에너지 전환 속도가 시장 논리에 좌우되고 가격이 높아져 공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풍력발전단지. 발전사업자는 2017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 제정에 따라 매년 당기순이익의 17.5%를 기금으로 내야 한다. (사진 제주에너지공사)/뉴스펭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오송이 활동가는 "제주도는 바람을 공공자원으로 보고 2017년부터 풍력발전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를 제정해 당기순이익의 17.5%를 도민과 나누고 있다"며 "이러한 공공재생에너지 모델이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재생에너지는 해외에서도 중요한 흐름으로 확산 중이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세계는 지금? 공공재생에너지" 심포지엄에 참석한 베라 웨그만 영국 그리니치대 국제공공노련연구소장은 "에너지 자유화의 실패를 경험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재생에너지를 시장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공공재생에너지는 이익보다 환경을 우선할 수 있고 가격도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모든 전력망을 지자체가 소유하는 사례와 프랑스 국영에너지기업의 재생에너지 공공 소유권으로 3년 전 에너지 위기 때 가격 인상 폭을 제한했던 사례를 들며 "민간기업에 맞설 국영기업이 필요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공재생에너지법 국민동의청원은 지난달 27일부터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2일 오후 1시 기준 약 5000명이 참여해 목표(5만 명)의 10%를 달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