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역사 저무는 석탄산업...‘정의로운 전환’ 숙제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는 마지막 탄광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번 폐광으로 국내 공공 탄광 시대와 석탄산업은 한 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석탄 산업이 쇠퇴하는 가운데 탄광이 과거 지역 경제를 견인했다는 점에서 폐광 이후의 대응이 정부와 지역사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석탄공사는 1950년 설립된 대한민국 제1호 공기업이다. 석탄은 1960~7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기의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였다. 석탄공사는 전후 복구와 국내 산업화를 이끈 기관이자 석탄 비축사업 등을 통해 과거 에너지 수급 안정에도 기여했다. 마지막 탄광인 강원도 삼척시 도계광업소는 1936년 강원도 최초의 탄광으로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국내 난방 연료 공급 등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석유, 가스 등 대체 에너지원의 보급과 경제성 악화로 석탄산업은 급속히 쇠퇴했다. 정부는 1986년부터 2005년까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추진하며 비경제적인 탄광들을 단계적으로 폐쇄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탄광들이 문을 닫았고 대한석탄공사의 마지막 3개 탄광도 최근 3년간 순차적으로 문을 닫았다.
2023년에는 전남 화순광업소가, 지난해엔 태백 장성광업소가 폐광했다. 올해 삼척 도계광업소마저 문을 닫으면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는 탄광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탄광 지역 인구가 줄었다. 이와 더불어 강원도 태백, 정선, 삼척 등 주요 탄광 도시들은 지역 경제 침체와 인구 유출 등을 겪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관광산업 육성, 신재생에너지 산업 유치 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탄광업을 대체할 만한 규모의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사라진 탄광이 지역경제에 미치던 영향 등이 주목 받으면서 석탄산업에도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개념은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그 과정이 여러 구성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취지다. 30일 문을 닫는 도계광업소를 둘러싸고도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계광업소가 위치한 삼척 도계읍은 인구 감소와 상권 위축이 심각한 상황으로, 지역 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국내 최대 석탄생산지로 1980년대에 5만 명에 달하던 도계읍 인구는 2021년 1만 명 선이 무너진 후 올해 5월 기준 8925명으로 감소하는 등 인구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강원도가 2023년 발표한 탄광지역 폐광대응 연구용역에 따르면 도계지역에서 공영·민영 탄광 폐광 시 하청업체를 비롯한 실업자 수는 1603명으로 추산된다.
앞서 석탄공사는 관련 기관들과 '폐광지역 고용안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2024년 10월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폐광지역 고용안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탄광근로자 이·전직 지원 업무 협약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공사 측과 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5월 만나 폐광을 앞두고 노사간 협력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당시 김규환 석탄공사 사장은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화의 시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기준 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폐광을 앞둔 조합원들의 불안감과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히며 “앞으로 노사가 함께 소통하며 지혜를 모아 현안사항을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