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쓰러졌다"...미국 125년만의 폭염
미국 중부와 동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며 수천만 명이 기상 재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체감온도가 40도를 웃도는 고온이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19세기 이후 최고 기온이 관측됐다. 폭염은 단순 불쾌감을 넘어, 실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기상청(NSW)이 중서부와 동부 전역에 극심한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경보는 시카고,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워싱턴DC, 뉴욕 등 주요 대도시에 적용됐으며, 일부 지역에는 최고 단계인 '극심한 더위(Extreme Heat)' 경고가 내려졌다. 체감온도는 최대 46도에 달했다.
같은 날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35.5도를 기록해 1888년 이후 동일대비 최고 기온과 동률을 이뤘다. 주요 외신은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폭염 대응을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이번 폭염은 뉴욕 역사상 125년 만에 관측된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AP와 로이터는 뉴욕뿐 아니라 워싱턴,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동북부 전역에서 37~38도 고온이 이어졌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폭염은 날씨 문제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번졌다. 뉴저지주 패터슨에서는 24일(현지시간) 야외에서 열린 고등학교 졸업식 중 약 150명이 열사병과 탈수 증세를 보여 응급조치를 받았고, 이 중 1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지 소방당국은 이를 '집단환자 발생 상황(Mass Casualty Incident)'으로 공식 선포했으며, 시는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모든 야외활동을 중단했다. 현장에는 응급처치소, 냉방 스테이션, 식수 등이 제공됐지만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뉴욕포스트는 일부 참석자들이 햇볕 아래 장시간 노출된 반면, 행사 관계자 일부만 그늘막 아래에 있었던 점이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미국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 원인으로 '히트돔(heat dome)' 현상을 지목했다.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표면에 눌러 가두면서 기온이 장기간 상승하는 구조다. AP는 올해 초부터 이 현상이 동부 지역에서 강화됐으며, 약 2억4천만 명이 32도 이상, 3천3백만 명은 37.8도 이상 기온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히트돔 현상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기후위기 신호라고 경고했다.
폭염은 도시 시스템 전반에도 부담을 준다. 고온으로 인해 철도 선로가 과열되며 열차 속도가 제한되고, 냉방 수요 증가로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는 등 각종 기반시설이 위협받고 있다. 로이터는 지자체들이 분수대 개방, 냉방 쉼터 운영, 공공 수영장 확대 개장 등 다양한 대응책을 시행 중이지만, 노약자·저소득층·실외 노동자 등 취약계층은 여전히 위기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