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날씨에 계속 사라지는 바다 속 산소
빈산소수괴', 기후변화로 장기화 경고
경남 진해만 해역에서 바닷속 산소가 사라지는 현상이 해마다 더 빨라지고 길어졌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진해만에서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가 이르면 5월부터 발생해 11월까지 장기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수과원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진해만 서부 해역의 어장환경을 분석한 결과, 세 가지 주요 변화를 확인했다. 겨울부터 봄 사이 수온은 0.56∼2.18℃ 상승했고, 저층 용존산소는 0.87∼1.40mg/L 감소했다. 퇴적 유기물 농도도 증가해,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3년간 20.6mg/g-dry 증가했으며, 산휘발성황화물(AVS)은 2017년 이후 어장환경 기준을 초과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과원은 "해수 온도 상승이 바닷물 속 산소 용해도를 낮추고, 장기간 누적된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며 저층 산소를 빠르게 소모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복합적인 변화가 빈산소수괴 조기 발생과 장기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수과원은 11일, 진해만 서부 해역에서 올해 첫 빈산소수괴를 관측했다. 당시 관측된 산소 농도는 0.29∼2.33mg/L로, 어패류 생존 한계치인 3mg/L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수과원은 “수산 양식생물 피해가 우려된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빈산소수괴는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해수 상층과 하층이 섞이지 않는 성층이 형성될 때 발생한다. 상층에서 산소 공급이 차단되고, 퇴적물 속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가 활발해지면서 산소가 급격히 소모된다. 주로 저층에서 발생하지만, 극한 강우 등 기상 조건에 따라 표층까지 상승하기도 한다.
수심 10m 이내 양식생물이 배치된 수하식 양식장에서는 빈산소수괴가 상층으로 확장될 경우 대규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3~2024년 사이 고성·거제·통영·창원 등지에서 보고된 폐사 피해 면적은 총 3천240ha, 피해액은 약 2천159억 원에 달한다.
진해만은 1970년대부터 양식업이 활발히 이뤄져 온 해역이다. 하지만 해수 교환이 원활하지 않은 반폐쇄성 지형 특성상 매년 여름철이면 산소부족과 고수온 현상이 반복돼 생물 피해가 이어진다. 빈산소수괴는 1978년 굴 폐사를 계기로 처음 보고된 이후, 매년 관측된다.
수과원은 실시간 관측과 AI 기반 예측 정보를 강화하는 한편, 어업인과 지자체에는 어장 바닥 청소 등 사전 대응 조치를 당부하고 있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진해만은 양식 활동이 활발한 내만 해역으로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그 경향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