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하고 눅눅해진 남극...새롭게 나타난 기후재난 전조

2025-06-18     우다영 기자

남극으로 습한 공기가 몰려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남극에 더 자주, 더 많은 눈과 비를 내리는 기상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남극 얼음의 붕괴와 해수면 상승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와 영국 남극조사소, 스위스 취리히공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대기 속 수증기 증가로 남극 '대기강수대'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강수대는 공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가 길고 좁은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많은 양의 강수(눈 또는 비)를 한꺼번에 내리게 하는 현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남극에서 이 대기강수대가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자주 발생하고, 강수량은 최대 2.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고해상도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CESM2)을 활용해, 21세기 후반(2066~2100년)까지 남극 기후를 예측했다. 분석 결과, 남극 상공의 대기 수증기량은 현재보다 평균 1.5배, 특정 시기 3배 이상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극 해안가와 서남극 지역 등지에 대기강수대가 몰고 오는 눈과 비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기강수대가 얼마나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지는 '관측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탐지 기준을 유지하면 극단적인 증가가 관측되지만, 미래 수증기량 증가를 고려해 기준을 조정하면 발생 빈도는 현재와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 예측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으로, 관측 방법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 역할도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남극 주요 해안과 빙붕 지역에서 강수량이 최대 60mm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극은 대부분 눈이 쌓이지만, 비가 내리면 얼음 표면이 빠르게 녹거나 약화해 구조적인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해수면 상승과 빙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논문 제1 저자인 미셸 맥클레넌 박사는 "대기강수대는 남극에서 비정기적으로 나타나지만, 기후변화로 그 영향력이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위협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극단적 기상 현상을 더 정밀하게 감지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