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년 반' 악몽 같이 감겨오는 낚싯줄에 결국...제 역할 못한 해양보호구역

2025-06-13     이동재 기자
재작년 낚싯줄에 얽힌 채 처음 발견됐었던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지난달 또 다른 낚싯줄에 감긴 채 다시 발견됐다.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재작년 낚싯줄에 얽힌 채 처음 발견됐던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지난달 또 다른 낚싯줄에 감긴 채 다시 발견됐다. 환경단체 등으로 조직된 구조단이 다음날 즉시 구조에 나섰지만 결국 종달이를 찾지 못했고, 구조단은 종달이가 끝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제주 바다에서 종달이가 다시 낚싯줄에 감긴 채 발견됐다.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발견 당시 종달이는 얼굴부터 꼬리까지 낚싯줄에 얽히고설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꼬리지느러미 또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심각한 상태였다.

구조단은 낚싯줄에 감긴 종달이를 발견한 즉시 해양수산부에 긴급 구조 승인을 요청하고 다음날 새벽 즉시 긴급 구조에 나섰지만 종달이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이후 항상 종달이 곁을 지켰던 어미 '김리'가 종달이 없이 다른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구조단은 종달이가 결국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종달이가 처음 낚시줄에 얽혀 발견된 것은 재작년인 지난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핫핑크돌핀스 등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은 이듬해인 2024년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종달이의 몸을 휘감고 있었던 낚싯줄을 절단했지만, 여전히 꼬리 부분에 낚시줄이 남아 있던 상황. 구조단은 지속적으로 종달이를 추적하며 건강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리고 지난달인 2025년 5월 새로운 낚싯줄에 또 다시 얽혀버린 종달이가 나타났다.

유명무실한 해양보호구역

마지막으로 목격된 종달이 모습.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종달이가 자주 머무렀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 앞바다 중 일부는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로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보호구역 안과 밖에선 여전히 갯바위 낚시, 찌낚시 등 낚시 행위가 성행하고 있고, 버려지거나 유실된 낚시 장비들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해양보호구역 내에서는 매립, 준설 등 개발 사업이 금지돼 있지만, 어업, 낚시 활동 등은 금지돼 있지 않다"며, "현재 해양보호구역 제도는 행위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명목상 보호구역 지정만으로는 해양 생물의 생명을 온전히 지키기 어렵다"며, "(바다 일부가 아닌)돌고래가 살아가는 바다 전역을 포함하는 실질적인 보호와 함께, 생태계를 위협하는 선박 관광과 낚시 어선을 이용한 불법 돌고래 관광, 무분별한  낚시 등 인간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규제 및 관리 조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폐어구 얽힘 피해...해양 생물 숨통 조인다

폐어구에 얽힌 바다오리. (사진 구자언 제공)/뉴스펭귄

바로 얼마 전 제주 바다에선 또 다른 남방큰돌고래 '행운이'가 폐어구에 감긴 것이 확인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행운이는 지난해 11월 처음 꼬리 부분이 폐어구에 감긴 채 목격됐는데, 지난 9일 종달이처럼 꼬리 지느러미에 또 다른 폐어구가 추가로 걸린 채 발견된 것이다.

실제로 바다에 떠도는 폐어구 등 쓰레기는 점점 더 심각하게 우리나라 연안 해양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돌고래뿐만 아니라 갈매기, 바다거북 등 해양 동물들이 쓰레기에 얽혀 죽거나 다치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공동 연구진이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 동안 발생한 해양 동물의 해양 쓰레기 얽힘 피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바닷새류, 바다거북류, 어류, 해양포유류 등 해양 동물 77종에서 낚싯줄과 바늘, 폐어구 등의 해양 쓰레기 얽힘 피해 사례가 총 428건이 확인됐다. 데이터 분석 결과, 해양 쓰레기 얽힘 피해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양 쓰레기에 피해를 입은 해양 생물의 13%(10종, 44건)가 푸른바다거북, 세가락갈매기 등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드러나면서,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가 해양 생물의 멸종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