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몸부림, 헐떡임 이어지는 공포의 '25분'
매년 전 세계에서 식탁에 오르기 위해 죽는 물고기는 약 2조 마리. 이렇게 물 밖에 꺼내진 물고기들이 죽기 전 최대 25분 동안 극심한 수준의 고통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는 세계 환경의 날인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복지 발자국 연구소(Welfare Footprint Institute)의 과학자들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을 분 단위로 측정하고 종별, 조건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복지 발자국 프레임워크(Welfare Footprint Framework)'를 새롭게 개발하고, 이를 공기에 노출돼 죽는 무지개송어에게 적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물 밖에 꺼내진 송어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이어지는 상태에서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송어가 물 밖으로 꺼내질 때 느끼는 공포부터 뇌 활동이 둔화되며 의식을 잃기까지 단계별로 고통을 분석했다.
공기에 노출된 송어는 우선 아가미가 손상되고, 혈중 산소가 급감하며,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된다. 이러한 생리 반응은 송어가 계속 몸부림치고 숨을 헐떡이며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 진행된다. 의식 상실 여부는 뇌파와 반사 작용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고, 이산화탄소 반응, 산-염기 불균형, 근육 피로, 공포 반응 등의 데이터를 통해 고통의 수준을 세밀하게 구분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들을 행동학적, 신경학적, 약리학적 증거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송어가 최소 10분에서 조건에 따라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괴롭고 무력하며 견딜 수 없는 수준'의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우에 따라 고통이 최대 25분간 이어지기도 했는데, 송어가 고통을 느끼는 시간을 몸무게로 환산하면, 1kg당 약 24분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얼음은 오히려 고통 연장...전기 충격은 효과적으로 고통 줄여
연구진은 공기 노출 외에 다른 여러 방식의 도축 방법이 유발하는 고통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연구진은 송어를 얼음에 넣어 죽이는 방식이 냉수성 어종인 송어에게는 오히려 대사 활동을 느리게 해 의식 상실을 지연시켜 고통을 연장시킨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물리적 타격 방식은 실험실 환경에서는 어느 정도 일관된 효과를 보였지만, 대규모 양식장에서는 구현이 어렵고, 작업자의 피로도에 따라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 충격의 경우, 상업적 도입이 아직 미흡하고 장비 불량이나 작업자의 숙련도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효과적으로 고통을 줄일 수 있어 동물 복지 개선 수단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송어에게서 나타난 혈중 산소 부족, 체내 이산화탄소 증가, 탈진, 극심한 몸부림 등과 같은 생리학적 반응은 공기 노출로 죽는 다른 어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며, "도살하기 전 좁은 수조에 가두거나 운반하는 과정에서 이미 시작되는 신체 손상과 스트레스는 도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보다 더 크고 지속 시간도 훨씬 길어질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도살 장비 개선과 작업자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막대한 복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전기 충격을 통한 기절 성공률이 70~100%일 경우, 1달러 투자만으로도 최대 20시간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며, “효율적인 장비 도입과 교육만으로도 비교적 낮은 비용에 큰 복지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