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멍게 다 죽어"...진해만 덮친 '산소부족 물덩어리' 왜?

2025-06-12     우다영 기자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경남 진해만 서부해역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를 관측했다. 수과원은 "수산 양식생물 피해가 우려된다"며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의를 당부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산소부족 물덩어리'로 불리는 빈산소수괴는 바닷속 산소 농도가 3mg/L 이하로 떨어진 해역을 말한다. 산소가 부족하면 굴, 홍합 같은 조개류와 해삼 등 저서생물은 호흡이 어려워지고, 장기간 노출되면 폐사에 이를 수 있다.

이번 현장조사에서 관측된 진해만 빈산소수괴는 0.29~2.33mg/L로, 어패류 생존 한계보다 낮은 수치다. 굴, 홍합, 멍게, 가리비, 미더덕 등 진해만 주요 양식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빈산소수괴는 주요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해수 상층과 하층이 뒤섞이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성층이 형성되면 산소가 위에서 아래로 공급되지 못하고, 저층 수온이 일정 수준(15~16도)에 이르면 퇴적물 속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활동이 활발해져 산소를 빠르게 소모하게 된다.

보통 저층에서 발생하지만, 기상 조건에 따라 표층까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박성은 국립수산과학원 해양환경연구과 연구사는 "최근처럼 짧은 시간에 극한 강우가 집중되면 표층까지 올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심 10m 이내에 양식생물이 배치된 수하식 양식장에서는 빈산소수괴가 상층으로 확장될 경우 대규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주로 저층 해양생물 폐사 위험이 크지만, 표층까지 빈산소수괴가 올라온다면 해양생물 전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다.

진해만 저층산소 수평 분포도. 붉은색 기준 빈산소수괴 관측.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죽음의 바다' 진해만은 데드존? "지형 특성상 발생"

이처럼 산소가 부족해진 바다를 '데드존(Dead Zone)'이라 부른다. 데드존은 물속 산소가 고갈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 해역을 의미한다. 국제사회는 데드존이 단순한 해양 이상현상을 넘어 기후위기와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해양특별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바다에서 산소 최저 구역의 비중은 3%에서 8%로 증가했다. 이 구역에서는 대형 어류인 참치, 청새치 등이 생존하지 못해 개체 수가 줄고, 해파리나 일부 오징어 등 산소 소비가 적은 어종만 번성하게 된다고 보고돼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1960년 45곳이던 데드존은 2010년 700곳으로 증가했고, 고갈된 산소량은 약 770억~1450억 톤으로 추산된다. 이 면적은 유럽연합 전체 면적에 맞먹는 수준이다. IUCN은 이러한 산소 고갈 해역이 앞으로 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번 빈산소수괴가 관측된 진해만도 국내 언론에 '데드존'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산소부족 주의 해역'으로 분류된다. 국제적으로 불리는 데드존은 진해만보다 훨씬 더 넓은 해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진해만은 해수 순환이 어려운 반폐쇄성 지형으로, 매년 여름 빈산소수괴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박성은 연구사는 "진해만에서는 1978년 굴 폐사로 빈산소수괴가 처음 보고됐고, 이후 매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빈산소수괴 발생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기도 하지만, 현재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다. 박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정황은 있지만, 해마다 강우량과 기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1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과원은 해양환경 실시간 관측 시스템과 수산과학조사선을 통해 빈산소수괴 분포와 강도를 정밀 조사 중이다. 향후 수온 상승과 함께 빈산소수괴가 수평·수직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과원은 인근 양식장에 수하연(양식용 줄) 길이를 조정해 산소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층으로 생물을 옮길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