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흡수 잘되는(?) 숲 만들기 위한 3가지 조건

2025-06-12     이동재 기자
숲 조성에 의한 탄소 흡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어디에 심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숲을 다시 조성하는 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아무데나 숲을 만든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숲이 만들어질 적당한 자연 환경도 중요하지만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과의 갈등 요소가 없어야 한다. 현재 그곳에 조성된 생태계와의 균형도 중요하다.

국제 환경단체 자연보전기구(TNC)와 미국 미네소타대학,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 국제 연구진은 어떠한 곳에 숲을 조성해야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지를 추려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민 갈등 여부·생태 조건·정부 의지 중요"

연구진이 숲 조성 최적지를 선정하는 데 기준으로 삼은 요인은 ▲지역 주민과의 사회적 갈등 가능성 ▲지역 생물다양성과 수질 향상 등 생태적 이점 ▲정부의 정책 이행 의지 세 가지다.

과거에도 숲 복원 가능지를 제시한 연구는 있어 왔지만, 초지와 사바나 등 원래부터 나무가 적은 건강한 생태계를 무분별하게 포함하거나, 지역 주민의 삶과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숲 조성에 의한 탄소 흡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어디에 심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가령 사자나 코끼리 같은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초지 생태계에 나무를 심으면 오히려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꼴이 되고, 자주 산불이 발생하는 지역에 조림을 시도할 경우 탄소가 다시 대기로 배출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탄소 흡수 효과적 복원 최적지, 미주·유럽 등에 분포

(위)숲 복원 잠재력이 있는 지역과 (아래)지역 주민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제외한 복원 최적지를 초록색으로 표시했다. (이미지 Nature Communication - Addressing critiques refines global estimates of reforestation potential for climate change mitigation 발췌)/뉴스펭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숲을 되살릴 수 있는 ‘탄소 흡수에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복원 후보지를 선별한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기준에 따라 미국 동부와 캐나다 서부, 브라질과 콜롬비아, 유럽 전역 등 총 1억9500만 헥타르에 이르는 지역을 ‘우선 복원지’로 제시했다. 이 지역들에 숲을 복원할 경우 매년 22억 톤의 CO₂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럽연합(EU) 전체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지도보다 최대 90% 적은 보수적 범위로 복원지를 설정했다. 최근 산불 피해 지역은 제외했고, 수관이 조밀한 울창한 숲이 복원 가능한 곳만을 고려해 멕시코 국토와 비슷한 면적의 ‘복원 최적지’를 선별했다. 이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는 '복원 최적지' 지역은 약 1500만 헥타르에 불과했지만, 연구진은 이 지역만으로도 연간 15억 톤의 탄소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은 지역 주민과의 갈등 위험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복원 후보지에는 약 1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생계를 농업과 벌목 등 자연 자원에 의존하거나 토지 소유권이 불안정한 상태다.

"옛 지도, 지역 주민 삶 영향 고려 부족"

미네소타대학교 포레스트 플라이슈먼 교수는 “기존의 복원 지도는 농촌 지역 주민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토지 사용을 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런 인권 및 생계 문제를 반영해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결과, 복원 가능 면적은 약 3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남은 지역만으로도 전 세계 인위적 탄소 배출량의 약 5%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UCL 사이먼 루이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과장된 복원 가능성을 제시했던 기존 연구들에 대한 일종의 해독제”라면서, “복원이 적절한 지역에서 제대로만 실행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대부분이 이번 후보지에서 빠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보수적 접근이 자칫 자연 복원 투자를 가난한 나라에서 회피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호, 지역 주민 생계 향상이 동시에 가능한 자연 기반 해법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