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개국 '플라스틱 생산 감축' 선언문 발표...한국은 왜 불참?

2025-06-11     이한 기자

지난 10일(프랑스 현지 시간) 제3차 유엔 해양총회(UNOC3)에서 95개 회원국이 '야심찬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니스의 경고'(The Nice Wake Up Call for an Ambitious Plastics Treaty)라는 이름의 장관급 선언문이 발표됐다. 이 선언문에는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 목표를 채택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선언에 서명하지 않았다.

고래와 플라스틱 쓰레기를 표현한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유엔 회원국이 서명한 '니스 선언'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며 "이번 선언은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한선을 정하고, 가장 유해한 플라스틱 제품 및 화학물질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구체적인 규정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니스 선언'은 오는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에서 더 많은 회원국의 행동으로 이어져야만 의미가 있다"며 "허점을 만들거나 화석연료나 석유화학 업계의 이익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브스 리더는 "플라스틱 오염이 우리의 바다를 질식시키고, 우리 몸에 침투하고, 기후 위기를 부추기는 동안 협약 논의는 너무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한국 정부, 오염 해결 위한 행동에 동참해야" 촉구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이번 장관급 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협약의 협상 과정에서 직전 협상회의(INC5)의 개최국이자, 강력한 협약을 요구하는 우호국 연합(HAC, High Ambition Coalition)의 초기 가입국이지만 지금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캠페이너는 "이미 압도적으로 많은 유엔 회원국이 생산 감축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관급 선언문 발표 이후 그린피스를 포함한 238개 국제 시민사회 단체는 이번 '니스 선언'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90개 이상 국가가 리더십을 보인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공동 선언은 플라스틱 오염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보장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다가오는 INC5.2에서 각국은 투표를 포함한 모든 절차적 수단을 동원해 법적 구속력과 실행 가능한 규칙을 갖춘 협약을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며 "다른 회원국들도 '니스 선언'에 동참해 INC5.2 기간 중 야심찬 입장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선언문 번역 내용.

 

야심찬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니스의 경고

우리는 다양한 지역과 개발 단계에 있는 INC(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원국의 장관 및 대표로서, 인간 건강과 환경을 플라스틱 오염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겠다는 공동의 야망을 재확인합니다. 이는 플라스틱의 전체 생애주기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접근법에 기반하며, UNEA(유엔환경총회) 결의안 5/14에 의해 위임된 것입니다.

대다수 INC 회원국의 건설적인 참여에 힘입어, 우리는 시급히 필요한 효과적인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는 데 일부 당사국이 직면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도전의 규모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초안 조약의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우리는 다음 다섯 가지가 과학이 말하는 바와 시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는 합의에 도달하는 데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플라스틱 전체 생애주기 관리

플라스틱의 생산 및 소비 단계가 전체 생애주기에 포함됨을 재확인하며, 플라스틱의 증가하는 비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플라스틱 오염 종식 목표 달성에 가장 효율적이며 비용 효과적인 접근임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 및 소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글로벌 목표 채택을 촉구하며, 이 목표는 야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조정되어야 합니다.

각 당사국이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 수입, 수출을 보고하고,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해 플라스틱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할 것을 촉구합니다.

문제성 플라스틱 제품 및 우려 화학물질 단계적 퇴출

가장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 제품과 플라스틱 제품 내 우려 화학물질(특히 해를 끼치거나 순환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의무를 촉구합니다.

플라스틱 제품 및 우려 화학물질의 글로벌 목록과, COP(당사국총회)가 이 목록에 신규 항목을 추가할 수 있도록 과학적 접근법을 지원하며, 각국의 특수 상황을 고려한 유연성도 허용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개선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인간 건강을 보호하도록 디자인을 개선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1차 원료와 우려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소재 사용을 늘리며, 재활용성과 재사용성을 개선하여 순환경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효과적인 이행수단과 재원 마련

효과적인 이행수단과 접근 가능한 신규·추가 재원 마련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최빈개도국과 작은 섬나라의 특수 상황을 주목합니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공적·민간, 국내·국제 등 모든 출처에서 필요한 자원을 동원해야 하며, 조약의 야망에 걸맞은 재정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함을 촉구합니다.

진화 가능한 야심찬 조약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새로운 증거와 지식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야심찬 조약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소진된 경우, 정기적인 UN 절차를 통한 의사결정 가능성을 조약에 포함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가 없거나, 자발적 조치에만 의존하거나, 플라스틱의 전체 생애주기를 다루지 않는 조약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INC 회원국이 INC-5.2에서 야심차고 보편적이며 효과적인 조약을 체결하는 이 역사적 기회를 잡아, 현재와 미래 세대, 그리고 지구를 위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대한 우리의 공동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합니다.

2025년 6월 10일 기준, 이 호소문은 95개국이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