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년만에 돌아온 멸종위기종...세상에서 가장 쪼끄만(?) 수달

네팔서 작은발톱수달 첫 공식 확인…보전 정책 변화 불가피

2025-06-10     이동재 기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달인 작은발톱수달이 1839년 이후 185년 만에 네팔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사진 Rajeev Chaudary - WWF Nepal)/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달인 작은발톱수달(Asian small-clawed otter)이 1839년 이후 185년 만에 네팔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작은발톱수달이 발견된 지역에서는 그동안 이 종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었다.

작은발톱수달은 전 세계에 알려진 13종의 수달 중 가장 몸집이 작은 종이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는 종으로, 우리나라 야생에서 관찰되는 수달(Eurasian otter)과는 다른 종이다.

최초 목격은 지난해 11월, 인도와 접경한 네팔 서부 다델두라(Dadeldhura) 지역에서 이뤄졌다. 당시 랑군강(Rangun River)과 푼타라강(Puntara River)이 만나는 지점에서 부상을 입은 어린 수달 한 마리가 구조됐는데, 보호 조치에 나섰던 삼림청 직원들이 수달의 종을 정확히 알지 못해 사진과 영상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수달 전문가 그룹(Otter Specialist Group)에 공유했고, 결국 작은발톱수달임이 최종 확인됐다.

이후 이 역사적인 발견은 모한 비크람 슈레스타(Mohan Bikram Shrestha) 등 네팔 현지 수달 연구자들이 IUCN 수달 전문가 그룹 회보(Bulletin of the Otter Specialist Group)에 기고하는 논문을 통해 공식 발표됐다. 슈레스타 연구원은 “그동안 네팔 내 서식 가능성만 제기돼 왔던 작은발톱수달의 존재를 마침내 증명할 수 있게 됐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네팔에는 전통적으로 비단수달(Lutrogale perspicillata), 수달(Lutra lutra), 그리고 작은발톱수달 등 3종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 중 작은발톱수달은 183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관찰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목록에서 제외될 위기에 있었다. 산잔 타파(Sanjan Thapa) IUCN 수달 전문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목격 정보가 없어 수달 목록에서 작은발톱수달을 제외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해 제외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작은발톱수달은 183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관찰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보호 목록에서 제외될 위기에 있었다. (사진 Padam Raj Badu / WWF Nepal)/뉴스펭귄

작은발톱수달은 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서 취약(VU)종으로 분류돼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인도네시아에서부터 네팔까지 이어지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체수가 많이 줄어 어느 지역에서도 관찰이 어려웠다.

그러나 2022년에는 인도 다르질링 지역에 이어 지난해 네팔에서 연이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서 개체수 복원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작은발톱수달의 재발견은 단순한 관찰 기록을 넘어 네팔의 수달 보전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네팔 내 하천은 폐수 투기, 농약 유입, 모래와 자갈의 과잉 채취, 댐 건설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돼 수달뿐 아니라 다양한 수생 생물의 서식 여건이 악화돼 있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현재 네팔 정부는 '수달 보전 행동 계획(Otter Conservation Action Plan)' 수립을 추진 중이지만 비단수달과 수달 두 종만이 법적 보호 대상으로, 작은발톱수달은 보호종에 포함돼 있지 않다. 관계자들은 “작은발톱수달을 보호종 목록에 공식 추가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면서, "작은발톱수달이 포함된 통합 보전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