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넷제로 외친 통신3사, 배출량 계속 늘었다

AI 인프라 확장 속 기후행동 역주행 SKT,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도 제각각...KT 최저

2025-05-27     곽은영 기자
전기전자 업종은 규모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연쇄 효과가 높은 업종으로 손꼽힌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통신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SK텔레콤(SKT)이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서도 통신3사 가운데 가장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SKT는 2020년 통신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며 넷제로를 선언했으나, 최근 2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모두 10%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기록, 넷제로 선언을 무색케했다. 

국내 대표 산업군인 전기전자 업종은 평소 ESG와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을 외쳐왔지만 실제 배출량은 거꾸로 간 기업들이 많다. 특히 통신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넷제로 구호의 진정성을 되묻게 하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은 규모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연쇄 효과가 높은 업종으로 손꼽힌다. 

SKT,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량 증가율 나란히 1위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온실가스 백만톤 클럽의 기후행동 평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기전자 업종 내 67개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은 전년 대비 100만톤 이상 증가한 3530만톤에 달했다.

눈에 띄는 건 통신3사 배출량이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는 점이다. 5G 통신망 확대 등으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이 함께 증가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구축 등 통신업계에서 AI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전력 소모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해킹 사고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며 ESG 중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비판을 받은 SKT이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량 증가율에서도 나란히 1위를 기록해 기후위기 대응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 데이터에 따르면, SKT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대비 9.3%, 에너지 사용량은 9.4% 증가했다. 2020년 통신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며 넷제로를 선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신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이 3년 연속 증가했다. (표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S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5G 장비 증설로 전력 사용량과 간접배출량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지역기반(Location-based) 기준에서는 9.3% 증가가 맞지만, 시장기반(Market-based) 기준으로는 약 2% 증가에 그친다”고 해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법은 두 가지 기준으로 나뉘는데, 지역기반은 기업이 위치한 지역 전력망의 평균 탄소배출 계수를 기준으로 산정해 개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는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시장기반은 녹색 프리미엄,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인증서(REC) 등으로 조달한 친환경 전력 사용량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분으로 인정한다. 본지에서는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지역기반 배출량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산정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도 제각각...KT 최저

각 통신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이 2050 넷제로 달성의 핵심 전략”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사용 비율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통신3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살펴보면, KT 1.1%, LG유플러스 6.9%, SKT 8.6%로 KT의 경우 1%를 겨우 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는 “2023년 한국전력과 녹색 프리미엄 계약을 체결해 2만5000MWh의 재생에너지를 구매했으며, 이는 자사 광화문 빌딩 연간 전력 사용량의 5.3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높은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보이고 있는 SKT는 “통신3사 중 유일하게 해외에서 감축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2027년 하반기부터 20년간 태양광 전력을 구매하는 재생에너지 PPA 계약도 맺었다”고 강조했다. 

해외 감축사업이란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진행하고 감축 실적만큼 UN으로부터 배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SKT는 2018년부터 미얀마에서 시멘트 소재로 만든 난로 형태의 조리도구인 쿡스토브 보급을 통해 탄소배출량과 나무땔감 사용량을 줄이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직접구매계약(PPA)은 2024년 6월 체결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구축 등 통신업계에서 AI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전력 소모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후위기 앞 ‘전력 의존 산업’의 딜레마

전기전자 업종, 특히 통신업계는 산업 특성상 대부분의 온실가스가 간접배출(Scope2)로 이는 전력 사용량에 의해 결정된다. 

SKT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9%가 전력 사용으로 발생한다”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효율 장비 도입, 노후 냉방기기 교체 등으로 전력 사용량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확장하는 현실 속에서 온실가스 줄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최동진 소장은 “통신산업은 석유나 석탄을 쓰는 산업과 달리 전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라며 “전력 사용량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재생에너지 확보 여건 역시 녹록지 않아 탄소 감축이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펭귄은 지난 2023년 '온실가스 100만톤 클럽'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00만톤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요 기업들의 배출실태와 개선노력을 집중 조명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의미 있는 보도였다.

해당 보도 후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였을까? 탄소중립 실현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잘 지켰을까? 그 부분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기업들의 최근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일일이 대조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증감 추이를 분석했다. 

이번 기획은 크게 2가지 줄기로 나뉜다. 시즌1에서 보도했던 전기·전자, 석화·정유, 시멘트 3개 업종 기업의 2021년 이후 흐름을 살폈다. 이와 더불어 시즌1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음식료품 업종을 추가해 기업별 기후행동을 비교 평가했다.

위 기준에 따라 정리한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 사용 관련 현황을 15회차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즌2 연재순서>

 

1. 기후악당들은 정말 달라졌을까?

 

2. 탄소배출 '큰 손' 기업 아쉬운 성적표

 

3.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 탄소배출 현황

 

4. 넷제로 외친 통신3사, 배출량 계속 늘었다

 

5. 삼성전자, 에너지 사용량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

 

6. LG전자, 온실가스도 에너지도 저감량 '최고' 

 

7. 굴뚝산업은 온실가스 주범? 배출량 증감률도 고만고만

 

8. 아세아시멘트 3년새 에너지 사용량 25% 증가

 

9. 3년 전과 달라졌네...탄소배출 두 자릿수 감축한 한일현대시멘트

 

10. 에너지 기업들은 반성했을까? 기후대응력 0점 기업 현대케미칼 

 

11. HD오일뱅크, 온실가스 배출 성적표 '좋음'

 

12. 여천NCC, 석유화학정유업종서 에너지 사용량 최대 감축

 

13. 음식료품업종 16개사 중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기업은 4곳

 

14. SPC삼립·오리온, 에너지 사용량 약 10% 증가

 

15. 대상, 온실가스도 에너지도 모두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