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화산 폭발?...손톱만한 생물이 만든 거대한 순환 (영상)
2025-05-14 이수연 기자
해초와 모래가 뒤섞인 지중해 바닥. 마치 화산 폭발하듯 작은 구멍에서 모래가 마구 뿜어져 나온다. 갯지렁이류(다모류)들이 구멍 속에서 모래를 퍼올리는 모습이다.
모래나 진흙 속에 구멍을 파고 ‘바닥살이’하는 이 생물은 퇴적물의 산소와 영양분 순환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거대한 작업 덕분에 해저는 썩지 않고, 퇴적물 아래 생물들이 생명을 유지한다.
'보이지 않는 영웅(unseen unsung hero)'이라는 제목의 이 사진은 2025 환경사진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스페인 사진작가 엔젤 피토르는 이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두 달간 매일 5시간씩 잠수하며, 갯지렁이가 모래를 퍼올리는 순간을 기다렸다.
피토르는 “화산이 지구를 형성하는 거대한 힘의 일부인 것처럼, 우리가 보는 자연도 생태계를 지탱하는 거대한 연결망의 한 조각일 뿐”이라며 “이 겸손한 생물의 조용한 행동이 지중해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 역시 그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토르는 이번 수상에 대해 "환경 사진작가는 자연의 언어를 번역하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임무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환경사진상 외에도 해양 생태계를 담은 작품으로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상', '소니 세계사진상', '세계보도사진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