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발농게 21만 마리 집 사라진다...공사 멈춰야"

2025-05-13     임정우 기자
멸종위기종 흰발농게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이와 같은 서식지의 훼손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진 인천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인천광역시가 추진 중인 영종해안순환도로 건설로 흰발농게 서식지가 위협에 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흰발농게는 해양보호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인천시가 지정한 깃대종이다.

위와 같은 지적이 제기된 곳은 인천 중구 운서동 '영종해안순환도로 3-2공구' 구간이다. 이곳은 지난 1월 착공해 현재 가물막이 설치 등 초기 공정이 진행 중이다. 현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해당 공사 구간은 흰발농게의 국내 핵심 서식지와 직접적으로 겹친다.

흰발농게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지역 생물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며 인천시는 지난 2021년 이 생물을 시의 생태상징 '깃대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깃대종은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며 시민과 행정이 공동 보전 대상으로 삼는 생물종을 뜻한다.

환경단체 “조사 부실...공사 중단해야”

환경단체가 제기한 문제는 크게 2가지다. 공사현장에 대한 사전 조사가 꼼꼼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현장에 세운 구조물이 흰발농게 서식지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인천녹색연합과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11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종건이 생물 비활동기인 1월에 졸속 조사를 진행한 뒤, 흰발농게가 서식하지 않는 지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공사 현장에 흰발농게가 많이 살고 있는데도, 공사 관련 보고서에는 그 내용이 제대로 기술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영종해안순환도로 간이해양이용협의 보고서'(2025년 2월 제출)를 입수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흰발농게의 서식 흔적은 있으나 개체 출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기술돼 있는데, 이는  2025년 1월 7일 단 하루 동안 실시된 조사 결과라고 단체 측은 밝혔다. 

이는 앞서 이뤄진 다른 기관 조사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이 2020년 실시한 조사에선 같은 지역(E권역)에서 총 41만 마리에 달하는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 지점 중 하나인 E1에서는 약 1만7천 마리, E4에서는 21만 마리가 넘게 확인됐다. 전체 평균 개체 밀도는 1제곱미터당 46.8마리로, 일반적인 갯벌 생물 밀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환경단체들은 흰발농게 관련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간이해양이용협의 및 처분기관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인천종건에 공사 즉시 중단을 요구하고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공사 현장에 흙을 담은 톤백을 쌓아 만든 ‘가물막이’가 설치돼 있으며 이 구조물이 서식지를 물리적으로 매몰하거나 서식 환경을 파괴했을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당국은 이런 주장에 대해 '조치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해양수산환경과 관계자는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를 인지하고 있으며, 인천시 종합건설본부 측과 함께 조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실무 차원에서 대응 방향을 논의 중이며, 구체적인 공식 입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사 시점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 공사에 허가를 내줬던 부서에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2020년 E권역 흰발농게 서식지 조사 결과 도면. 붉은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은 주요 서식지이며, 일부는 이번 공사 부지와 겹친다. (사진 인천녹색연합)/뉴스펭귄.
“영종순환도로 공사 현장에 설치된 가물막이(흙을 담은 톤백 구조물). 환경단체는 이 구조물이 흰발농게 서식지 훼손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인천녹색연합)/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