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한 사냥꾼인데 얼간이? 제주에 나타난 열대 바닷새
[뉴스펭귄 김영화 기자] 최근 제주도에서 열대지역에 사는 갈색얼가니새가 포착됐다. 한글 이름이 '얼간이'인 이 새는 영어 이름(Booby)도 '어리석다'는 뜻이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물속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재빠른 사냥꾼이다. 그런데 열대지역에 사는 이 새가 왜 우리나라에 왔을까?
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갈색얼가니새가 제주 앞바다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이후 6개월 만이다.
갈색얼가니새는 태평양 등 열대·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해양성 조류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최소 관심(LC)'으로 분류돼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서식지 파괴나 해양 오염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번 개체는 지난 5일 제주시 구좌읍 앞바다에서 관찰됐다. 이 새를 촬영한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갈색얼가니새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바다를 동서로 비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이 새를 촬영한 적이 있지만, 동일 개체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갈색얼가니새 출현 배경으로는 연안의 먹이 자원과 기후 요인이 함께 언급된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제주 연안에는 이 새의 먹이인 멸치류가 풍부하다"며 "수온 상승과 먹이 자원의 변화가 서식지 이동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와 국립산림과학원은 갈색얼가니새를 기후변화와 관련된 남방성 조류로 분류한 바 있다. 당시 두 기관은 일부 남방성 조류가 북상해 제주 연안에서의 출현 사례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 새는 이름만큼 행동도 독특하다. 영어 이름(Booby)은 '어리석다'를 뜻하는데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 습성에서 유래했다. 한국어 이름 '얼가니'도 '얼간이'에서 파생된 표현이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민첩한 사냥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새는 공중에서 시속 100km 가까운 속도로 다이빙해 수십 미터까지 잠수한 다음 먹이를 포획한다. 빠른 반응 속도와 정확한 낙하 능력 덕분에 물속에서는 강력한 포식자로 평가된다.
한편, 갈색얼가니새는 2012년에 부산 해운대에서 탈진한 상태로 구조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낯선 외형으로 인해 '괴생물체'라는 별칭이 붙었고, SNS를 중심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