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벌레가 안 붙네?'...차 번호판으로 본 곤충 감소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지난 3년 사이 곤충 수가 약 63% 줄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곤충 수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 시민들이 자동차 번호판을 활용(?)해 색다른 방법으로 조사했다.
무당벌레, 나비 등 날아다니는 곤충 수를 파악하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에 붙은 벌레 자국을 확인한 결과, 지난 3년 사이 곤충 수가 6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환경단체 켄트야생신탁과 곤충보호단체 버그라이프가 최근 발표한 '벅스매터(Bugs Matter)'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 전역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의 수가 평균 62.5% 감소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록한 약 2만5000건의 주행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날아다니는 곤충은 직접 관찰하기 어려워 이 조사는 색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 곤충 활동이 가장 활발한 매년 여름철, 시민들은 장거리를 운전하기 전 번호판을 깨끗이 닦고 '벅스매터' 앱에 이동 경로를 기록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번호판에 붙은 벌레 자국 수를 앱에 입력한다.
일상에서 간단히 참여할 수 있는 이 활동은 곤충 수 변화를 조사하고 보전하는 데 기여한다. 벌레가 한 마리도 붙지 않았더라도 그 또한 중요한 단서다. 지난 3년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록한 주행 기록은 약 2만5000건이다.
그 결과,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8%, 2023년에는 44%, 2024년에는 8%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스코틀랜드가 65%로 가장 많이 줄었고, 웨일스 64%, 잉글랜드 62% 순이었다.
이른바 '자동차 앞유리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자동차 앞유리나 범퍼에 달라붙는 곤충 사체가 과거보다 줄어든 현상을 말한다. 살충제 같은 인간 활동으로 전세계 곤충 개체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조사를 이끈 로렌트 볼 켄트야생신탁은 "이처럼 짧은 기간에 곤충 수가 많이 줄어든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최근 이어진 영국의 극심한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버그라이프의 앤드류 화이트하우스는 "날아다니는 곤충의 풍부함이 다시 줄어들고 있다"며 "자연 생태계뿐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인 생태계 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곤충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개발, 살충제 사용, 오염 등 인간 활동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