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때문에 멸종했거나 멸종이 코앞인 동물 3종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지구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1970년 이후 불과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은 73% 감소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우리가 기대어 살아가는 생태계의 균형 축을 무너뜨려 결국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남획, 서식지 파괴, 오염에 이르기까지 야생동물을 멸종으로 몰아넣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불특정다수의 야생동물에게 광범위하게 큰 영향을 끼치는 무서운 요인이 있으니 바로 기후변화다.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상에서 사라진 동물 세 종을 소개한다.
조금 더 빨리 관심 가졌더라면…‘브램블 케이 멜로미스’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북단의 작은 산호섬 브램블 케이(Bramble Cay)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쥐가 살고 있었다.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Melomys rubicola)'는 이 섬에만 살던 고유종이면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서식하는 유일한 포유류였지만, '기후변화로 멸종한 세계 최초의 포유류'라는 이름을 남기고 영원히 사라졌다.
몸무게가 100g 남짓한 이 작은 쥐가 사는 곳은 해발 3m도 되지 않는 저지대였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점차 상승하자 섬은 여러 차례 침수를 겪으면서 서식이 가능한 공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호주의 연구진이 이 쥐들을 위한 증식 및 복원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 2015년 산호섬을 방문했지만, 이미 그곳에선 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는 2009년 목격을 마지막으로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기록됐다.
2016년 퀸즐랜드 주정부와 퀸즐랜드대학교 연구진은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의 멸종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2015년 이 작은 쥐를 멸종된 종으로 분류했다. 호주 찰스다윈대학교 존 워이나스키 박사는 “이들의 멸종은 예측 가능했고,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렇게 느닷없는 멸종이라니...‘황금두꺼비’
1964년, 코스타리카 몬테베르데의 구름숲에서 눈부신 주황빛을 내는 황금두꺼비(Golden Toad)가 처음 발견됐다. 몸길이 5~8cm의 이 신비로운 생명체는 곧 코스타리카 생물다양성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우리가 황금두꺼비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1980년대 중반까지 해마다 약 1500마리의 성체가 번식했지만, 1988년 갑자기 10마리만이 관찰됐고, 이듬해 1989년 5월 수컷 한 마리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황금두꺼비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04년 황금두꺼비를 멸종된 종으로 공식 등재했다.
이렇게 느닷없는 황금두꺼비의 멸종은 지금까지 그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온도 변화, 그리고 이로 인한 병원균의 확산이 두꺼비들을 멸종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과학자들은 1987년 엘니뇨로 인해 발생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산란지의 수위를 낮추고, 황금두꺼비의 번식을 방해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시기에 감염병까지 겹쳤다면 황금두꺼비의 급작스런 멸종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호 목록에서 하나하나 없어지는 중인 ‘하와이안 허니크리퍼’
하와이의 대표적인 조류 ‘하와이안 허니크리퍼’(Hawaiian honeycreeper)는 하와이에서 단순한 새가 아니다. '이'이위('i'iwi)로도 불리며 토착 신화, 춤, 노래 등에 등장하기도 하는 이 새들은 하와이 원주민들에겐 조상이며, 정령이며, 신성한 존재다.
하와이에서만 볼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새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ESA) 목록에서 카우아이 아키알로아(Kauaʻi akialoa), 카우아이 누쿠푸우(Kauaʻi nukupuʻu), 마우이 아케파(Maui ākepa), 마우이 누쿠푸우(Maui nukupuʻu), 포오울리(poʻouli) 등 하와이안 허니크리퍼 다섯 종이 삭제됐다. 보존이 잘 돼서 보호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멸종했기 때문이다.
한때 50여 종이 넘던 하와이안 허니크리퍼는 현재 17종만이 남았고, 남아 있는 종들조차도 빠르게 개체수가 줄고 있다. 특히 일부 종은 개체수가 100마리도 남지 않아 멸종을 코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이들을 멸종으로 몬 것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다.
지금까지 하와이의 새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모기가 퍼뜨리는 ‘조류 말라리아’였다. 문제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지대 숲까지 모기가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기온이 낮아 모기가 서식하지 못하던 고산지대도 말라리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과학자들이 모기 번식 억제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생명력이 강한 모기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 지금도 하와이안 허니크리퍼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