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육하원칙] 한국에만 나타나는 봄의 전령 ‘변산바람꽃’

2025-03-23     곽은영 기자
산림청 지정 멸종위기 희귀식물이자 한국 고유 특산식물 ‘변산바람꽃’.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변산바람꽃은 산림청이 지정한 멸종위기 희귀식물이다. 아래는 변산바람꽃의 육하원칙.

 

Who?

나는 변산바람꽃. 학명은 Eranthis byunsanensis B.Y.Sun.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야. 산림청 지정 멸종위기 희귀식물이자 우리나라 고유 특산식물이야.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깃대종이기도 해.

 

When?

1993년 전북대학교 선병윤 교수가 처음 발견하고 1997년 산림청이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했어. 나는 매년 2월에서 3월 사이 꽃을 피워. 이른 봄 가장 먼저 피어나는 야생화 중 하나지. 속명 Eranthis는 희랍어로 ‘봄에 피는 꽃’이라는 뜻이야. 최근 제주도와 전남 여수 돌산 등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거야. 이제 봄이 왔어!

 

Where?

깊은 산 속 햇볕이 잘 드는 습윤한 계곡을 좋아해. 변산반도와 제주도 한라산, 전라남도 지리산, 금오산, 백암산, 전라북도 마이산, 내장산, 강원도 설악산 등이 자생지로 알려졌어. 동해안과 서해안, 남해안, 남부 내륙지방 등 우리나라에서 10여 종 이상이 자생하고 있어. 지역에 따라 크기나 군락 형태가 조금씩 다른데 육지에서보다 제주에서 더 아담하게 자라는 편이야. 

바람꽃 중 가장 먼저 피어나는 ‘변산바람꽃’.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What?

눈치챘겠지만 나는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바람꽃의 종류라서 이름이 변산바람꽃이야. 여느 바람꽃과 달리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오직 한국에서만 볼 수 있어. 이름 없이 지내다 뒤늦게 발견돼 바람꽃 중 막내이기도 해. 하지만 바람꽃 중 가장 먼저 피어나지. 17종 정도 되는 바람꽃은 바람에 잘 흔들릴 만큼 줄기가 가늘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이 특징이야. 나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이 고와서 ‘변산아씨’라는 별칭도 있어. 

 

How?

키가 10~30cm로 자라고 줄기 끝에 흰색이나 은은한 분홍색 꽃이 하나씩 피어나. 5~7장의 꽃잎으로 보이는 건 사실 꽃받침이야. 꽃받침 안쪽에 수술과 섞여 노랑과 녹색 빛을 띠는 깔대기 같은 것이 바로 꽃잎이야. 꽃받침잎의 길이가 3~5cm인 데 비해 꽃잎의 길이는 3~4mm밖에 되지 않아. 왜 이렇게 생겼냐고? 꽃받침이 더 커야 곤충을 유혹해서 번식을 할 수 있거든. 열매는 골돌이고 길이는 1cm 정도 돼. 

 

Why?

벌목으로 내가 사는 곳의 환경이 파괴되고 군락지를 찾은 탐방객들의 무분별한 채취와 자생지 훼손으로 위험에 처해 있어. 아예 나를 뿌리째 뽑아가는 경우도 있어. 어디선가 나를 보게 된다면 꺾거나 캐지 말아줘. 추운 겨울을 지나 야생에서 꽃을 피운다는 건 참 고되고 힘든 일이야. 그러니까 눈으로만 격려해줘!

지구에 사는 식물의 40%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알려진다. 생물의 서식지이자 먹이 역할 하는 식물의 멸종은 동물이 사라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식물의 육하원칙>에서는 매주 일요일 국내외 멸종위기 식물을 하나씩 소개한다. 이번 주는 이른 봄 가장 먼저 피어나는 야생화 중 하나인 ‘변산바람꽃’이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