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가속노화 중...‘탈플라스틱’ 외치는 이유

[멸종위기로 읽는 에코페미니즘] 인간 중심 가치관과 연결되는 플라스틱 문제

2025-03-07     곽은영 기자
플라스틱이 만들어내는 비인간적이고 비생태적인 풍경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플라스틱은 멸종위기 시대를 가속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에코페미니즘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성장 뒤의 불평등과 생태 위기에 주목한다. 인류가 플라스틱 중독에서 벗어나 ‘탈플라스틱’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과 발전 중심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생태와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땅이나 바다에서 영원에 가깝게 썩지 않으며 생명체를 괴롭히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지구에 남는다. 플라스틱이 만들어내는 비인간적이고 비생태적인 풍경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의 코를 꿰뚫은 빨대, 배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차 부패된 채 발견된 알바트로스 새의 시체, 꼬리지느러미에 폐어구가 감겨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 서해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새끼 보리고개의 내장에서 발견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뚜껑, 하와이 앞바다에서 발견된 항유고래를 부검하자 쏟아진 위장 속의 비닐봉지와 그물 등이 있다. 

플라스틱은 자연환경과 동물을 해치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초의 플라스틱은 코끼리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860년대 당구공에 사용되던 상아 수요를 맞추기 위해 코끼리가 무분별하게 밀렵되자 코끼리를 보호하려 당구공 대체재로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후 192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나일론과 같은 다양한 합성 플라스틱이 개발되었고, 2차 세계대전에서 특히 주효하게 사용되면서 플라스틱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생각한 그대로를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한 플라스틱은 열이나 압력을 가해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 또는 완성품이다. 성형이 쉽고 싼 가격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데다 편리성과 실용성까지 만족시켜 한때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추앙받았다. 

플라스틱은 영화, 음악, 의료, 유통 등 전 산업 분야의 발전에서 핵심 역할을 맡으며 자본주의 시장의 성장 중심 세계관에서 신세계를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하와이 향유고래 부검 결과 그물, 비닐봉지, 낚싯줄 등 다양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견됐다. (사진 Hawaii Department of Land and Natural Resource, 본사 DB)/뉴스펭귄

확실히 플라스틱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인간과 동물이 사는 환경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다. 썩지 않는다는 특징과 싼 가격 덕분에 숨 쉬듯 쓸 수 있는 소재로 자리 잡은 것이 열쇠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사후 처리 비용이 빠진 가성비의 부작용으로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일회용품으로 만들어진 쓰레기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과일을 포장하고 남는 플라스틱이 버려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일, 버려진 플라스틱이 매립돼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데까지는 5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플라스틱이 개발된 지 겨우 16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간이 처음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아직도 어딘가에서 썩어가고 있는 셈이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이 상황을 책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에서 “커피를 좋아했던 고종 황제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셨다면 그 컵이 아직도 남아 있을 거라는 얘기다. 물론 많이 부서졌겠지만 아주 작은 조각으로라도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보다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부서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역시 심각하다. 원래는 컵의 형태였던 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면 작은 조각들로 부서지면서 2차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소각이나 매립 시 문제도 많지만 강이나 배수구를 타고 바다로 흘러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하천으로 흘러가면서 주변의 유해 물질을 흡수해 더 강력한 독성을 띤 물질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은 자연과 생태계에 물리적 화학적으로 모두 우려할 만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코페미니스트를 비롯해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면 재활용에 기댈 것이 아니라 애당초 강력한 규제 아래 플라스틱의 절대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재활용률이라는 숫자에는 허수가 있고 플라스틱 재활용은 결코 긍정적이기만 한 순환고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해서는 다음 회차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에코페미니즘은 생태계 위기 극복을 위해 인간 중심적 자연관과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본생태론입니다. 차별과 폭력에서 벗어나 평등하고 자연스러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넓게 보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다양한 현상으로 확장돼 기후위기, 멸종위기종, 탈플라스틱, 자원순환, 제로웨이스트, 바른먹거리, 정직한 거래와 같은 주제로도 모두 연결됩니다. <뉴스펭귄>이 생물다양성 실종의 시대에 에코페미니즘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에코페미니즘이 우리 일상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평소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에코페미니스트들의 현장 이야기와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우리가 멸종위기 시대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기후위기 극복의 힌트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