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부러진 엄마 부엉이, 머리 다친 아빠 부엉이

2025-03-06     이동재 기자
하남시에 위치한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 특별한 사연을 가진 수리부엉이 가족이 살고 있다. (사진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하남시에 위치한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수리부엉이 가족이 살고 있다. 센터에 들어오기 전에는 야생에서 각자 자유롭게 살아가던 엄마 부엉이와 아빠 부엉이. 4년 전 서로 다른 이유로 센터에 들어오게 된 두 부엉이는 지금은 둘도 없는 짝이 되어 센터 생활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이렇게 오랫동안 센터에 남게 됐을까.

4년 전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는 119 소방서에서 수리부엉이 한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류 충돌 사고는 워낙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어서, 소방서에서 사고 개체를 먼저 구조해놓으면 센터에서 데려가는 경우가 자주 있단다.

센터장이 가서 보니 암컷 수리부엉이였고, 어디에 부딪혔는지 알 수 없지만 날개가 골절돼 있었다. 다행히 부상이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날개 골절의 경우 완벽하게 회복되기가 힘들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암컷 수리부엉이는 치료 후 센터에서 재활을 시작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에는 가로 세로 각 5m 정도의 사육장 안에서 무리 없이 날아다닐 정도가 되었지만, 야생으로 복귀하기 위한 적응 훈련을 시작하자 문제가 드러났다.

암컷 수리부엉이가 50미터 이상 날지 못했다. 또 앞으로 곧게 날지 못하고 계속 옆으로 휘는 모습을 보였는데 날개의 균형이 맞지 않는 탓이었다. 이후 두 차례나 방사를 위한 훈련을 진행했지만 결국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컷 수리부엉이의 날개는 지금도 한쪽이 쳐져 있는 상태다.

암컷 수리부엉이와 비슷한 시기, 수컷 수리부엉이도 방음벽 충돌로 센터에 들어왔다. (사진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 제공)/뉴스펭귄

비슷한 시기 수컷 수리부엉이도 센터에 들어왔다. 방음벽 충돌이었다. 근골격계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보통 예후가 좋지 않은 구강 출혈이 보였다. 죽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몇 주 지나니 기적처럼 언제 사고를 당했냐는 듯 멀쩡해졌다. 

어느날 아침 센터 직원이 사육장을 돌며 새들의 상태를 살펴보는데 수컷 수리부엉이가 몸을 뒤집고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가서 보니 눈은 멀뚱멀뚱 뜨고 있었는데, 발을 부르르 떨면서 경련을 했다. 

서둘러 병원으로 옮기려고 하던 찰나 수리부엉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수의사에 상태를 보이고 물었더니 뇌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며 야생에서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수컷 수리부엉이는 그렇게 센터에서 살게 됐다.

수리부엉이의 번식기인 11월이 되자 수컷 수리부엉이에게서 발정이 확인됐고 센터는 먼저 들어와 있는 암컷 수리부엉이와 합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합사를 진행한다고 무조건 번식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사고 이후 변한 몸 상태에 따라 짝짓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알까지는 낳아도 부화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전한 번식을 위해선 일조량, 영양 상태 등 모든 조건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센터 임직원들의 세심한 돌봄으로 2023년 4월, 드디어 새끼 수리부엉이 두 마리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암컷 한 마리와 수컷 한 마리. 태어난 새끼들은 성조가 될 때까지 1년간 센터에서 자랐고, 이듬해 봄과 초겨울에 각각 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 야생으로 돌아갔다. 새끼들은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부모는 지금도 여전히 센터에 남아 매년 번식을 하고 새로 태어난 새끼들을 돌본다.

서식지 잃고 내몰리는 수리부엉이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는 매해 겨울 최소 5~6마리의 수리부엉이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 제공)/뉴스펭귄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황대인 센터장에 따르면 수리부엉이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멸종위기종임에도 비교적 구조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조류다. 경기도 하남 지역에 위치한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는 매해 겨울 최소 5~6마리의 수리부엉이를 구조하고 있다. 골프연습장의 그물망에 걸리거나 물류창고에 갇혔다는 신고가 절반 정도, 유리창 및 방음벽 충돌이 절반 정도이고 드물게는 로드킬도 있다.

황 센터장은 “조류 충돌 사고는 대개 머리를 먼저 부딪히니까 눈에 띄는 외상은 없지만 뇌신경을 크게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구조 현장에 가 보면 보기에는 멀쩡한데 폐사해 있거나, 구조된 이후 먹이도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뇌진탕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에 따르면 수리부엉이는 야행성 동물이라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아, 일반인들은 근처 야산에 살고 있어도 살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수리부엉이 충돌 사고가 늘어나면서 노출이 늘어, 마치 수리부엉이 개체수가 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황 센터장은 “충돌 사고가 늘어나면서 자주 목격되니 마치 원래 수리부엉이 개체수가 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명확하게 감소하는 추세”라고 선을 그었다.

하남 지역 토박이이기도 한 황 센터장은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수리부엉이들이 살던 곳에 물류 창고, 공장 등이 많이 들어왔다”며, “서식지가 사라지고 먹이를 찾아 어쩔 수 없이 멀리 나설 수밖에 없는 수리부엉이들이 인간이 만든 건축물에 부딪히거나 갇히는 사고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는 수리부엉이 외에도 수많은 야생 조류의 구조, 회복, 방사를 돕고 있다. 황 센터장이 보여준 사진 자료에는 방음벽 충돌로 눈이나 부리 등 머리 부분을 심하게 다친 새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는 수리부엉이 외에도 수많은 야생 조류의 구조, 회복, 방사를 돕고 있다. (사진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 제공)/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