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과학자들 '새만금 신공항, 조류충돌 위험' 호소

2025-02-26     이수연 기자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국내외 연구자들이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조류충돌 위험을 증가시키고 갯벌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다.

유명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21일(현지시간) '한국 갯벌을 위협하는 신공항 계획'이라는 제목의 서한이 게재됐다. 이 서한에는 고예강 오리건대 교수, 김나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활동가, 나일 무어스 생태학자, 박태진 베이지역환경연구소 연구원,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 최영래 플로리다국제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새만금은 동아시아-오세아니아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매년 도요물떼새 33만 개체를 보살폈지만 간척과 매립 등 개발은 새만금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붕괴시켰다"면서 "그럼에도 수라갯벌에는 여전히 국가 법정보호종 59종과 국제 멸종위기종 27종이 서식한다"고 새만금의 생태적 가치를 강조했다.

(사진 사이언스지 2월호)/뉴스펭귄

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은 1991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새만금 간척사업 이후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갯벌이다. 유네스코는 2021년 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등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는데, 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은 이 구역에서 불과 7km 떨어져 있다.

연구자들은 철새 서식지인 수라갯벌에 신공항이 생기면 조류충돌 가능성이 높아 항공 안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충돌이 꼽히면서 조류 서식지 인근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일에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들은 또 "적자인 군산공항에서 1.3km 떨어져 있음에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한 채 진행하는 신공항 계획에 의문이 든다”며 “3년 전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서 멸종위기종을 위한 긴급 행동을 약속한 대한민국 정부는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들이 이뤄지기 전까지 공항 계획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견문으로 목소리낸 학자들도 있었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의견문에서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자랑하면서 그곳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려는 것은 모순"이라며 "수라에서 항공기 추락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랜돌프 헤스터 UC버클리대 환경계획과 교수는 "새만금 신공항은 지난 50년간 평가해온 공항 중 가장 잘못된 사업 중 하나"라며 "습지의 가치를 인식하고 복원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은 구시대적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24일 열린 '신공항 건설·운영과 항공기 조류충돌의 위험성' 토론회에서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원은 "전세계 대부분 공항이 철새 도래지와 겹치는데 일단 공항을 만들어놓고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다"며 영국 템즈강 하구에 공항을 건설하려다 조류충돌 위험에 대한 우려로 취소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특히 철새들은 지난해 찾았던 장소를 기억해 다시 방문하는데, 해당 지역이 개발로 훼손되면 먹이를 찾아 주변을 떠돌면서 철새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며 조류충돌 대응이 쉽지 않은 현실을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공항은 한번 만들어지면 계속 규모가 커진다. 그래도 13km 반경에는 새를 유인하는 시설을 자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계획하는 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철새 서식지인 수라갯벌에 신공항이 생기면 조류충돌 가능성이 높아 항공 안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수라갯벌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저어새. (사진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 제공, 본지 DB)/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