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고 25km 헤맨 재규어 '이제 겨우 수십 마리 남았다'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에콰도르 북서부 숲에서 십수 년 간 목격되지 않았던 재규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재규어는 에콰도르 서부에서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해 멸종에 근접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깜짝 등장한 이 재규어는 2023년 11월 리오 만두리아쿠 보호구역(Río Manduriacu Reserve)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에콰도르중앙대학교 등 연구진이 해당 보호구역에 설치한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이 지역에서 재규어가 포착된 것은 7년만이었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1월, 보호구역에서 약 25km 떨어진 후닌 커뮤니티 숲(Junín Community Forest)에 설치된 NGO 단체의 카메라에 다시 재규어가 포착됐다. 해당 지역은 15년 전 마지막으로 재규어가 목격되고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곳이다.
두 연구진은 각각 촬영된 영상을 비교, 분석해 두 곳에서 발견된 재규어가 같은 개체이며, 두 달에 걸쳐 장거리를 이동하며 숲과 인간 활동 지역을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중앙대학교 하비에르 토레스(Javier Torres) 교수는 몽가베이(Mongabay)와의 인터뷰에서 “재규어가 선호하는 저지대 서식지가 인간 활동으로 급격히 사라지면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에콰도르 서부의 재규어 개체군은 산림 벌채, 농업 확장, 불법 사냥, 그리고 광산 개발에 따른 극심한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급감한 상태, 이제 불과 수십 마리의 재규어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번째로 재규어가 모습을 드러냈던 후닌 지역에서는 2023년 3월, 법원에 의해 광산 개발이 중단됐는데, 연구진은 광산 개발이 멈추고 인간 활동이 줄어든 것이 재규어가 해당 지역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재규어의 이동 경로 인근에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이 있어 인간과 야생동물 간 충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재규어가 만두리아쿠에서 후닌으로 이동하는 사이에서 가축을 공격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보복성 사냥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규어는 남미 대륙에서 흔하게 보복성 사냥을 당하는 야생동물로, 에콰도르 아마존 지역에서 매년 4~5마리 재규어가 보복 사냥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토레스 교수는 “재규어의 재등장은 생물다양성 면에서 긍정적인 신호지만, 동시에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 광산 개발, 서식지 파괴 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식지 보전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을 통해 재규어와의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전 세계에서 인간 활동 지역으로 내몰리는 야생동물들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펭귄은 최근 유럽의 붉은늑대, 브라질 열대우림의 얼룩무늬타마린, 인도의 사자꼬리원숭이, 아프리카의 코끼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의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 동물들은 모두 지속적인 인간의 개발 행위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인간이 사는 지역으로 내몰리다 끝내 멸종위기에 놓였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인해 지난 1970년부터 50년간 육지와 해양을 포함한 전체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상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종이 약 100만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