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1조'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에 얼마나 많은 생명 졌나

2025-02-06     이동재 기자
지난달 31일, 솔로몬 군도 정부 및 원주민 대표 4명이 2019년 발생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6년 만에 국제 기업 5곳을 상대로 1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솔로몬군도 존 무리아 주니어 법무장관. (사진 Solomon Islands Government)/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2019년 솔로몬군도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최근에야 드디어 제기된 가운데, 기름 유출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와 멸종위기종 보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솔로몬 군도 정부 및 강가바 만(Kangava Bay) 지역 원주민 대표 4명이 2019년 발생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6년 만에 국제 기업 5곳을 상대로 1억 달러(한화 약 1조 34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솔로몬 군도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해로 기록된 사건에 대한 첫 법적 대응이자, 기업·보험사를 상대로 한 대규모 소송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송을 대리하는 하즈 나룰라(Harj Narulla) 변호사는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솔로몬 군도 정부와 렌넬 섬 주민들은 6년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통해 책임 있는 기업들이 반드시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남태평양에선 무슨 일이?

2019년 2월, 홍콩 소재 킹트레이더 소속 MV 솔로몬 트레이더호가 악천후 속에서 렌넬 섬 강가바 만 암초에 좌초됐다. (사진 Australian High Commission Solomon Islands)/뉴스펭귄

2019년 솔로몬군도 기름 유출 사고는 솔로몬군도 원주민의 생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와 멸종위기종 보호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 대형 참사였다.

2019년 2월, 홍콩 소재 킹트레이더(King Trader) 소속 MV 솔로몬 트레이더(Solomon Trader)호가 악천후 속에서 렌넬 섬 강가바 만 암초에 좌초됐다. 당시 선박에는 보크사이트 원광 1만 850톤, 중유(HFO) 741톤, 디젤유 25톤 등이 적재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렌넬 섬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생태적 핵심 지역으로, 당시 유출된 300톤 이상의 중유가 해안선을 따라 6km 이상 확산되며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초래했다. 당시 뉴욕타임스, 가디언, ABC뉴스 등 외신은 해당 사건을 집중 보도하며 "솔로몬 군도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평가했다.​

국제 환경단체와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Rennell Oil Spill Legal Case Overview)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기름이 바다 표면을 덮으면서 햇빛을 받지 못한 산호초들이 질식해 죽는 백화 현상이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에 직접 노출된 산호초들의 대규모 폐사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산호초 생태계 붕괴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 어류 및 무척추동물의 개체수 역시 급감했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해당 해역을 서식지로 삼던 수많은 해양 생물과 멸종위기종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솔로몬군도 해양 생태계 연구 보고서(2020)에 따르면, 기름에 포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성분이 해양 생물의 신경 및 생식 기관에 악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새우, 게 , 대왕조개 등 갑각류와 산호초 어류에서 폐사율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됐다.

보고서는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어종으로 나비고기, 돛자리돔, 쏠배감펭, 흑줄바리 등을 꼽으면서, 솔로몬군도 원주민들이 주요 식량 자원으로 삼던 대왕조개와 붉은게 등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솔로몬군도 해양 보호 단체가 발표한 보고서(Impact of Oil Spills on Seabirds in the Pacific)에 따르면, 군함새, 큰부리제비갈매기, 바닷제비 등 조류가 기름 유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깃털이 기름에 뒤덮이면서 단열 기능을 잃어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고 익사한 개체도 급증했다​.

바닷새들이 오염된 바닷물을 마시거나 기름이 묻은 먹이를 섭취하면서 내장 손상 및 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였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서(Pacific Endangered Species Report, 2021)에 따르면, 솔로몬군도 해역은 초록바다거북과 매부리바다거북 등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다​. 보고서는 기름 유출로 인해 해초 서식지가 오염되면서 바다거북 개체수 감소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