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초콜릿 뒤에 숨은 쓰디쓴 3가지 이야기

2025-01-22     우다영 기자
우리가 즐겨 먹는 초콜릿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이면이 있다. (사진 Pixabay)/뉴스펭귄

[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우리에게 달콤한 초콜릿이 지구에게는 쓰다"는 말이 있다. 카카오 재배를 위한 삼림 벌채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생태계에 위협을 가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초콜릿의 쓴 맛은 인간에게도 먼 얘기가 아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31일 기준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국제 가격은 톤당 1만1675달러다. 이는 평년 평균 가격대비 약 360% 증가, 1년 전 가격대비 약 172% 상승한 값이다. 높은 상승률에 기후 변화와 재배 면적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이른바 '기후플레이션' 현실화는 우리 사회 화두가 됐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높은 원재료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긴장을 완전히 늦출 수는 없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새로운 카카오 재배지가 주목받으면서 초콜릿의 어두운 이면도 드러나고 있다.

카카오 재배 시 삼림 벌채로 인해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지 파괴 위험이 크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 Pixabay)/뉴스펭귄

"초콜릿에 눈물 흘리는 열대우림"

초콜릿의 주요 원료인 카카오 재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인 콩고 분지를 위협하고 있다.

콩고 분지는 아프리카 열대우림 약 60~70%를 차지하며, 약 1억8천만 헥타르의 숲과 다양한 고유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재배 확장이 이 지역의 대규모 삼림 벌채와 서식지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글로벌 환경매체 몽가베이가 21일 보도했다.

몽가베이가 인용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카메룬 남부, 적도 기니 대부분, 가봉 북부,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와 동부가 카카오 재배 확대의 주요 목표 지역으로 분석됐다. 이 지역들은 기후와 토양 조건이 적합하고, 교통망 접근성이 좋아 새로운 재배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농업 확장은 일부 삼림 벌채를 동반한다는 문제가 있다. 카메룬의 엔키 국립공원, 콩고민주공화국의 오카피 야생동물 보호구역, 마이코 및 비룽가 국립공원은 코코아 재배 확장으로 인해 서식지 파괴 위험이 큰 지역으로 분석됐다. 이곳은 산림 코끼리(Loxodonta cyclotis), 유인원(great apes), 서부고릴라(Gorilla gorilla gorilla), 오카피(Okapia johnstoni) 등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서식지 단절로 인해 산림 코끼리의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하고, 오카피와 유인원이 경작지 확장으로 서식지가 줄어드는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한 생태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가 몰고 온 재배지 이동"

콩고 분지가 카카오 농업 확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도 지목된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카카오 재배 면적은 50% 증가했으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헥타르당 500kg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서아프리카 지역 강우량 감소와 불규칙한 기후 패턴으로 기존 카카오 재배지 생산성이 약화한 결과이며, 경작지가 카메룬과 콩고 분지로 이동한 배경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한국도 카카오 주요 소비국 중 하나다. 주로 서아프리카 지역인 가나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를 포함한 주요 카카오 생산지는 삼림 벌채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생산지는 삼림 벌채와 기후 변화 영향을 받고 있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삼림파괴 없는 코코아, 마실 수 있을까?"

유럽연합(EU)은 삼림 벌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삼림파괴 없는 공급망' 규정을 2023년 이후 시행 중이다. 이 규정은 2020년 12월 31일 이후 삼림을 파괴하거나 황폐화한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은 EU 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일부 카카오 농장을 기존 숲으로 간주해 규정을 우회할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메룬 정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카메룬은 현재 코코아 약 75%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주요 구매국은 네덜란드다. 몽가베이 보도에 따르면 카메룬 정부는 '삼림 벌채 없는 코코아 로드맵'을 발표하며 위성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산림 벌채를 추적하고 있다. 농민들에게는 비료와 살충제를 지원하며, 기존 농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면서도 카카오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대안으로 '그늘 농업(shaded agroforestry)' 방식을 제안했다. 그늘 농업은 이름처럼 기존 삼림의 고목 그늘에서 카카오를 재배해 생태계를 보존하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방식을 효과적으로 도입하려면 농민들에게 기술 지원과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